배상훈 "'묻지마'란 없어…조선, 사이코패스보다는 관종"[인터뷰]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묻지마', 당국의 직무유기 방조하는 용어"
"조선은 관종…허풍 세고 과시욕 강한 사람"
"모방범죄 우려…칵테일 요법으로 풀어야"
  • 등록 2023-08-02 오전 7:00:00

    수정 2023-08-02 오전 7:00:0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묻지마 살인’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모든 살인에는 의도(intent)가 있고, 그 의도에 맞게 형량을 산정하고 처벌해야 합니다”

프로파일러로 유명한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지난달 31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이 ‘묻지마 살인’으로 불리는 데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유사한 사건이 여럿 발생했는데 아직도 ‘묻지마’라고 부른다면 그동안 범죄를 분석하고 범주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치안당국과 사법당국의 직무유기를 방조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프로파일러)인터뷰(사진=방인권 기자)


배 교수는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조선(33)의 범행 의도가 ‘관심을 받기 위해’라고 분석했다. 범행을 저지른 뒤 보란 듯이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 등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조선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사이코패스 성향 같다’고 했으나 배 교수는 이런 진술이 역설적으로 사이코패스와는 거리가 멀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는 “정유정·강호순·정남규 등 진짜 사이코패스 범죄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며 “조선은 사이코패스가 뭔지 알고 이야기하는 ‘관종’(attention seeker)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조선은 어떠한 상황에서 공격성을 드러냈을까. 배 교수는 과거 조선이 신림동 술집에서 시비가 붙어 다른 손님을 소주병으로 폭행한 사건에 주목했다. 그는 “조선은 허풍이 세고 과시욕이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당시에도 친구들에게 ‘내가 대장이야’라고 보여주고 싶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이 또래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번 범행의 특이점으로 꼽힌다. 배 교수 역시 조선이 또래 남성에 대해 ‘구체적 공격성’을 가진 듯하다며 그의 학창시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조선은 여자친구와 함께 신림동을 걸어가던 또래 남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는데, 조선 입장에서는 “‘나랑 별 차이가 없는데 옆에 여자친구가 있네’라는 생각에 타깃으로 삼았을 수 있다”고 봤다.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사한 살인 예고 글이 다수 게재되며 또 다른 논란이 됐다. 배 교수는 “조선의 범죄에 자극받은 누군가가 모방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며 “그때는 흉기가 아니라 엽총이 될 수도, 자동차가 될 수도, 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흉기 구매를 인증한 글을 장난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조선 역시 범행 전 ‘홍콩 묻지마 살인 사건’ 등 유사 사건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끝으로 배 교수는 “이런 범죄는 칵테일 요법(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약을 병용하는 것)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은 사건에 대해 담백하게 보도하고, 당국은 커뮤니티 등에 자제를 요청하고, 학교나 지역사회는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교육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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