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 문제 후 도성환(사진) 사장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 사장은 지난해 3월 14년간 홈플러스를 이끌었던 ‘유통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 이승한 회장의 뒤를 이어 CEO자리에 올랐다.
도 사장은 지난 2008년 인수한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 대표를 맡아 연 2000억원의 적자를 내던 회사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
2011년에는 홈플러스 대주주인 테스코가 말레이시아에 세운 법인의 대표를 맡아 테스코로부터 경영 능력도 인정 받았다. 도 사장이 성장 동력이 정체된 홈플러스 위기를 돌파할 적임자로 여겨지는 게 당연했다.
도성환 호 출범 후 노조 문제 등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최근 쟁위행위에 들어간 데 이어 부분파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홈플러스 자체 브랜드(PB) 냄비가 사용 중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고객 보상문제를 놓고 미숙한 대응으로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내부통제 허점은 최근 불거진 경품 사기 문제로 정점을 찍었다. 홈플러스는 경품 1등 당첨자에게 고의로 연락을 하지 않아 경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직원이 제3자를 1등으로 둔갑시켜 경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도 사장을 신임해 준 테스코 필립 클라크 CEO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곧 물러나는 것도 도 사장에겐 부담이다.
테스코는 악화된 실적을 개선시키기 위해 지난 28년간 유니레버에 몸담았던 데이브 루이스를 오는 10월 신임 CEO로 임명하기로 했다. 실적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CEO가 최대 규모의 해외법인인 홈플러스를 꼼꼼히 들여다 보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실적은 영국 증시(FTSE)에 상장된 테스코의 실적에도 반영돼 테스코가 민감해 할 수밖에 없다”며 “테스코 새 경영진이 실적 부진에 도덕성 논란까지 겪은 홈플러스 경영진을 계속 신임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