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투자하지 마세요" 중개사도 말리는 위례신도시 '빈 상가'

창백한 민낯 드러낸 위례신도시
임대인·임차인 모두 울상
계약금 1억원 포기 급매물 출회도
수익률 포기못해 임대료상승 악순환
10년 표류중인 트램, 착공 시기 미정
  • 등록 2018-05-08 오전 5:30:00

    수정 2018-05-08 오전 7:30:35

위례역 인근 이너매스우남 상가 1층부터 4층까지 창문마다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과 전화번호가 붙어있다. 사진= 성문재 기자.
위례역 인근 힘찬프라자 뒤편 1층 상가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아있다. 사진= 성문재 기자.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계약금 1억원 포기할테니까 ‘제발 팔아만 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을 정돕니다. 임차인을 못 구해 잔금도 못 치르고 연체 걸려 있는 케이스가 많거든요. 계약금 아깝다고 버티다간 신용불량자 될 판인데 그렇게라도 팔리면 다행인거죠. 요새는 상가 투자 문의하시는 분들한테 ‘하지 마라’고 말립니다.”(경기도 성남시 창곡동 W공인 관계자)

“부동산 영업이요? 죽을 것 같아요. 주변 상가들 다 비어 있죠? 이거 임차인 구하는 거 다 저희가 해야 하는 건데 못한 거잖아요. 지금 그냥 버티고 있는 거예요.”(위례신도시 위례중앙광장 소재 J공인 관계자)

지난 3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차를 타고 50여 분을 이동해 위례신도시의 남측 출입구인 위례서로로 막 들어설 때만 해도 대규모 아파트촌의 첫인상은 깔끔하고 웅장했다. 이 주변은 지하철 8호선 복정역과 산성역의 중간 지점으로 내년 말까지 위례역이 신설되는 역세권 상업지다. 그러나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창백한 위례신도시의 민낯을 목격했다.

위례신도시 토지이용계획도. *하단 빨간색 부분이 위례역(예정) 인근 상업지구, 중앙 빨간색 부분이 위례중앙광장과 위례중앙역(예정) 인근 상업지구
위례서일로를 따라 죽 늘어선 10층 이상의 상가 건물들은 텅 빈 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큰길을 따라 늘어선 6개 상가 건물 가운데 1층에 점포가 입점해 영업 중인 건물은 1동뿐이었다. 나머지 5개동의 1층 상가공간은 그냥 빈 채로 방치돼 있었고 유리창에는 임차인을 구한다는 내용의 전단만이 붙어 있었다. 2~3층, 그 이상 층의 창문에도 가게 상호 대신 큼지막한 글씨로 ‘최저가 임대료’를 받겠다는 인쇄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상업지구의 맞은편에 옹기종기 밀집해 있는 4층 규모 점포겸용 단독주택들 역시 대부분 1층 상가 공간의 빈자리가 휑하게 드러나 있었다. 인근에서 영업 중인 편의점 관계자는 “오전에는 그나마 인근 공사장 인부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오후 3~4시만 돼도 손님 보기가 어렵다”며 “상권이 형성될 때까지는 이런 일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마침 이날 새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짐을 풀고 있던 한 공인중개사 대표를 만나 위례신도시 상가 공실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맞은편 건물 1층에서 2년 가까이 영업하다가 계약 만료 전에 옮기게 됐다”며 “이 동네에서 영업해보니 계약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은데 상가 월세는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판교에서 부동산 일을 하던 그는 지난 2016년 7월 이곳에서 보증금 4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전용 30㎡(약 9평) 규모 1층 점포를 얻었다. 그러나 주변 상가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준공되면서 빈 상가가 넘쳐나고 운 좋게 맞은편 건물 1층에 나온 보증금 1000만원, 월세 110만원 짜리 상가(전용 40㎡)를 임차하게 됐다. 그는 “작년 말부터 이전 점포의 소유주(상가 임대인)에게 월세 조정을 요청했지만 임대인은 남은 계약기간까지는 월세 조정을 거부했다”며 “막상 이제 진짜 옮기게 되니 그제야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임차인들은 이곳 상권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데다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워 입점을 주저하고 있는데 상가 주인들 역시 임대료를 선뜻 낮추지 못해 악순환이다. 위례신도시의 이름값 탓에 상가 분양가가 높았고 수익률 마지노선을 지키려다 보니 임대료도 자연히 높게 형성된 것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신도시 상업지구 공급이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기 있던 위례신도시 땅이 비싸게 팔렸고 결국 분양가와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며 “임대를 맞추기 위해 렌트프리 기간이나 임대료 보조 등이 제시됐지만 계약기간이 지나서도 상권이 조성되지 않으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이서윤 기자
위례역 인근은 1층 상가 분양가가 3.3㎡당 4000만~4500만원선으로 성남시 구도심보다 50% 이상 비쌌다. 위례신도시의 한복판 위례중앙광장에 붙어 있는 위례중앙타워는 최고 분양가가 3.3㎡당 9000만~1억원 수준에 달했다. 중앙광장과 맞닿아있는 전용 50㎡ 1층 점포는 약 16억원에 분양됐다. 그럼에도 미분양은 없었다. 위례중앙광장에는 위례중앙역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위례중앙역은 위례~신사선 경전철의 종점이면서 8호선 위례역과 5호선 마천역을 연결하는 트램이 정차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램 건설 사업은 10년째 표류 중이고 위례~신사선은 시공사가 삼성물산(028260)에서 GS건설(006360)로 바뀌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아직 착공 시기를 확정하지 못했다. 위례중앙광장 최고 요지에 자리한 위례중앙타워 지하 1층과 1층에 입점 점포보다 빈 점포가 더 많은 이유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위례동 분회장인 홍용금 위례왕공인 대표는 “나도 사고 싶은 물건을 고객에게 소개해주는 것이 공인중개사 직업윤리에 맞는 것”이라며 “일부 중개사들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상가 투자자의 항의전화를 받느라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이어 “중개사들이 프랜차이즈 영업 담당자들을 직접 접촉해서 입점을 유도하거나 관광호텔, 위락시설 등 허가받는 절차를 도와주는 것까지 발벗고 나서는 실정”이라며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업종을 하나씩 넣어주다 보면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중앙타워 내 J공인 관계자는 “트램이 좀 다니고 하면 나아질 거라고 기대했는데 사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상가주들의 실망이 크다”며 “3년 뒤면 위례신도시 남쪽에 조성되는 바이오테크노밸리에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고 그때쯤이면 트램 사업도 윤곽이 나오지 않겠나. 분양받은 분들은 앞으로 상권이 좋아질 거라는 기대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중앙광장에 위치한 위례중앙타워 지하1층 상가가 공실로 방치돼 있다. 사진= 성문재 기자.
위례중앙광장과 맞닿아있는 위례 오벨리스크 센트럴 스퀘어 상가 모습. 1,2층 상가 공간 대부분이 공실로 남아있다. 사진= 성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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