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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뿐만 아니라 30년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도 모두 위반시 CEO를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52시간제, 산업재해, 직장내 괴롭힘 등 통제가 쉽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무한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예방·지원 위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2시간제 중소기업 확대…고소·고발 줄이을 듯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기준법 53조에 따른 연장근로 시간 위반(주 12시간 한도)으로 노동자가 사업주를 고소·고발한 것은 41건이다. 이 중 지난해 고용부가 300인 이상 기업중 주52시간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해 사법기관에 송치한 것이 3건이다.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반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고의성이 없어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 경우가 드물다.
고용부는 앞서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을 위해 1년 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도기간 중이라고 해서 사업주가 무조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도기간 중이라도 노동자가 고소·고발하게 되면 사업주는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 109조·110조에 따라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이를 어긴 사용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영계에서는 일본, 독일 일부 주를 제외하고 근로시간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며 과잉처벌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16시간이나 줄었다”며 “지금껏 법적으로 문제없던 근로시간을 2년만에 대폭 줄여야 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많은 사업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직장내 괴롭힘·산재도 경영진 처벌…“과잉금지 원칙 위배”
지난해부터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영자가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직원의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을 남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0년만에 전부 개정된 산안법 역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을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경영계에서는 개정된 산안법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사망사고 예방과 사업주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해도 과도하게 처벌 위주”라며 “형벌의 지나친 강화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벌 규정이 없다면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면서도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기업 조직이나 내부 시스템, 업무과정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등 준비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시간 단축 관련 지원을 해주고 준비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