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근로·직장내괴롭힘도 '징역형'…"법규준수" Vs"과잉처벌"

[과잉 형벌의 폐해 下-②]
경영계 "지나치게 처벌 위주 정책…불안감 커져"
고용부, 300인이상 주52시간제 위반 3건 확인
처벌보다 예방·지원 위주 정책 펼쳐야 지적
  • 등록 2020-02-10 오전 5:00:00

    수정 2020-02-10 오전 9:59:31

<편집자주> 형사처벌 만능주의에 경제가 멍들고 있다.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형벌조항들이 우리 법 체계 곳곳에 녹아 있다. 행정제재와 민사적구제 등을 보다 확대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2회에 걸쳐 과잉형벌의 폐해를 살펴본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소상공인연합회장 등 14개 중소기업 단체장들이 주 52시간제 입법 보완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형사처벌이 남발되는 대표적인 법률이 고용관련 법들이다. 근로시간 단축은 제도 도입 초기부터 우려가 많았다. 정부와 국회는 52시간 위반 사업장 적발시 최고경영자(CEO)에게 관리책임을 물어 ‘징역형’도 가능하게 했다. 경영계는 올해부터 50~299인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면서 과도한 처벌로 인해 사업 축소, 불법 채용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뿐만 아니라 30년만에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도 모두 위반시 CEO를 ‘징역형’을 포함한 형사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52시간제, 산업재해, 직장내 괴롭힘 등 통제가 쉽지 않은 사안들에 대해 ‘무한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예방·지원 위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52시간제 중소기업 확대…고소·고발 줄이을 듯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기준법 53조에 따른 연장근로 시간 위반(주 12시간 한도)으로 노동자가 사업주를 고소·고발한 것은 41건이다. 이 중 지난해 고용부가 300인 이상 기업중 주52시간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해 사법기관에 송치한 것이 3건이다.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반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고의성이 없어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올해 50~299인 기업까지 52시간제가 확대·시행 됨에 따라 위반사업장과 이에 따른 고소·고발이 줄이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는 계도기간 부여가 52시간제를 무력화하려는 꼼수라며 위반사업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고소·고발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고용부는 앞서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현장 안착을 위해 1년 간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계도기간 중이라고 해서 사업주가 무조건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도기간 중이라도 노동자가 고소·고발하게 되면 사업주는 고의성 여부 등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근로기준법 109조·110조에 따라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이를 어긴 사용자는 징역 3년 이하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영계에서는 일본, 독일 일부 주를 제외하고 근로시간 위반을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경우는 없다며 과잉처벌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주 68시간에서 주 52시간으로 16시간이나 줄었다”며 “지금껏 법적으로 문제없던 근로시간을 2년만에 대폭 줄여야 하다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위반시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많은 사업주들이 불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직장내 괴롭힘·산재도 경영진 처벌…“과잉금지 원칙 위배”

지난해부터 도입된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사업주가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경영자가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직원의 위법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을 남발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30년만에 전부 개정된 산안법 역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개정 산안법에 따르면 원청 사업주가 안전 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처벌을 기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경영계에서는 개정된 산안법이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사망사고 예방과 사업주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해도 과도하게 처벌 위주”라며 “형벌의 지나친 강화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 법이 흐르다보면, 사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기업의 혁신 잠재력을 높이고,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게 중요하다. 처벌보다 예방을 돕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처벌 규정이 없다면 제대로 법을 지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처벌은 필요하다”면서도 “주 52시간제를 지키려면 기업 조직이나 내부 시스템, 업무과정 등을 모두 바꿔야 하는 등 준비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시간 단축 관련 지원을 해주고 준비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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