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완벽한 타인’의 민준호 연출은 프로그램북에 실린 인사말에서 작품을 이같이 소개한다. 그는 “그저 곤란하고 재미있는 작가의 상상력이니 그냥 즐겨주세요”라며 작품을 보기 전 관객에게 연극의 메시지를 고민하는 진지한 태도는 잠시 접어둘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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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이 같은 만큼 연극은 영화와 비슷한 극 전개를 보인다. 영화를 먼저 본 관객이라면 무대에서 펼쳐질 일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연극은 무대에서만 가능한 연출로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무대 뒤에 설치한 스크린의 활용이 눈에 띈다. 작품 속 TV 소품이기도 한 이 스크린은 휴대전화 화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창이자, 휴대전화가 울릴 때마다 인물들이 느끼는 복잡한 심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쓰이며 관객을 작품에 보다 집중하게 만든다. 또한 이탈리아 원작을 그대로 무대화하면서 인물들의 대사가 영화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변한 점도 연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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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렐레와 페페가 휴대전화를 서로 바꿨다가 겪는 소동은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민 연출은 “혹시라도 극을 보러 왔으니 꼭 교훈이나 메시지가 필요하다면 이런 메시지 없는 공연을 좋아하는 타인이 꽤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나아가 우린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며 “나와 같기를 기대하기보다 어차피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인사말 말미에 썼다. 8월 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