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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은퇴 기자회견' 유희관 "늘 유쾌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 등록 2022-01-20 오후 5:35:04

    수정 2022-01-20 오후 9:40:40

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말하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느림의 미학’ 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희관은 올 시즌까지 1군에서 개인 통산 281경기에 출전해 1410이닝을 던져 101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항상 마운드 위에서 유쾌했던 ‘느린볼의 달인’ 유희관(36)도 은퇴를 발표하는 순간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유희관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두산 베어스 구단과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유니폼 대신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유희관은 김태형 감독과 포수 박세혁, 투수 홍건희, 최원준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유희관은 “미디어데이에 자주 나오고, 인터뷰도 꽤 해서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라고 말한 뒤 고개를 떨궜다.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잠시 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유희관은 “영광스러운 자리 마련해주신 구단주와 두산 프런트에 감사하다”며 “입단할 때부터 많이 아껴주신 두산 역대 감독님과 코치님, 같이 땀 흘리면서 고생한 동료들에게도 감사하다”고 힘겹게 소감을 이어갔다. 이어“두산 팬 여러분이 아니었으면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다”면서 “항상 격려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질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돼 있었다.

유희관은 “내 인생의 ⅔인 25년 동안 야구를 했는데 은퇴한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다”면서 “하지만 은퇴 기자회견까지 하는 걸 보면 ‘행복한 야구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봤다.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유희관은 “나를 대변할 수 있는 좋은 애칭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 또한 ‘이렇게 느린 공으로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고 ‘1, 2년 하다 보면 포기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며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했고 두산이라는 좋은 팀을 만난 덕에 은퇴 기자회견을 하는 선수가 됐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유희관이 은퇴를 생각한 것은 지난해 포스트시즌 엔트리 제외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작년에 아주 부진했고,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결국 2021년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졌다”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열심히 뛰는 후배들 모습을 보면서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할 때’라고 생각했고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희관은 선수 시절 넘치는 예능감으로도 유명했다.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벌써부터 방송계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유희관은 “그동안 뵙지 못했던 분과 만나면서 조언을 많이 듣고 있다”며 “나도 제2의 인생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한데 그때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송 3사에서 해설 제의를 받았다”며 “나를 찾아주시는 분이 많아서 안도감이 생겼지만 해설위원이 될지, 다른 방송인이 될지, 코치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유희관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늘 유쾌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팬을 가장 먼저 생각하고, 두산을 사랑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유희관은 120~130km대의 느린 직구에도 불구, 뛰어난 제구력과 볼 배합을 앞세워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투수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두산에 지명된 유희관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두산에서만 활약했다. 1군에서 개인 통산 281경기에 등판해 1410이닝을 던지면서 101승 69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58의 성적을 남겼다.

8승만 추가하면 장호연이 보유한 두산 프랜차이즈 최다승(109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지만 결국 기록 달성은 이루지 못하고 은퇴를 택했다.

비록 빠른공 구속은 낮았지만 활약상은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유희관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는 8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이는 이강철 현 KT위즈 감독, 정민철 한화 이글스 단장, 장원준(두산)과 더불어 KBO리그에서 단 4명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유희관이 느린 공으로 승리를 거둔 덕분에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1년) 진출을 이뤘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세 차례(2015, 2016, 2019년)나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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