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기대도 우려도 산더미

  • 등록 2018-01-21 오후 2:15:46

    수정 2018-01-21 오후 2:15:46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왼쪽부터), 김일국 북한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장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로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다.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남북 올림픽 참가 회의’를 통해 남북 단일팀 규모는 35명으로 확정했다. 기존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한다. 또한 경기당 북한 선수가 3명씩 출전하게 된다.

이는 당초 5∼6명의 북한 선수가 합류할 것이라던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다른 나라의 엔트리는 23명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결정이다.

다만 공정한 경쟁을 위해 경기 출전 선수는 남북단일팀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22명으로 제한된다.경기당 우리선수 19명과 북한 선수 3명이 경기에 출전하는 셈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를 조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오전에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서 엔트리를 5명 정도 늘려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IOC는 공정하지 않다고 했고 우리도 그 안은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단일팀 구성에 대한 결론은 났다. 하지만 정작 경기를 치르게 될 대표팀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장 북한 선수들이 최대한 빨리 온다고 해도 서로 손발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남북 단일팀은 2월 4일 스웨덴과 평가전을 치른 뒤 다음 날인 5일 올림픽 선수촌에 입소한다. 이후 2월 20일 스위스와 역사적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 첫 경기를 치른다. 스웨덴과 평가전까지는 2주, 올림픽 첫 경기까지는 20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직 언제 북한 선수들이 내려올지도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도 장관은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가능하면 빨리 내려와서 호흡을 맞추자고 북한 측과 논의했다”고만 말했다.

당장 북한 선수들이 내려온다고 해도 걱정은 산더미다. 2주 남짓한 시간은 단일팀의 조직력을 다지는 것은 커녕 북한 선수 12명의 기량을 테스트하고 출전선수 3명을 가리는 것 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이다. 심지어 선수들이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상태인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합동 훈련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도 고민이다. 한국과 북한은 아이스하키 용어 자체가 다르다. 수년 동안 한국의 전술과 시스템이 뿌리 내린 상태다. 그런데 북한 선수가 온다면 이들에게 우리 전술과 시스템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20일도 안되는 시간 동안 불가능한 미션이다.

단일팀을 이끌 새러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에게 대표팀의 전술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월등히 앞선다면 이런 불편함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개인기량에서 훨씬 뒤진다. 지난해 4월 세계선수권 디비전 2 그룹 A(4부 리그) 대회 4차전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꺾은 바 있다.

머리 감독도 “북한 선수 가운데 우리 전력에 보탬이 될만한 선수는 2∼3명 정도다. 그나마 1~3라인에 들어갈 선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나마 현실적인 방법은 북한 선수 3명에게 우리 대표팀의 가장 약한 라인인 4라인을 맡기는 것이다.

총 6명이 얼음판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아이스하키는 워낙 체력소모가 심하다보니 골리를 제외한 5명(공격수 3명, 수비수 2명)을 한 라인으로 묶어 4개 라인을 구성한다. 이 라인을 통째로 바꾸면서 경기를 풀어가게 된다.

보통 1, 2라인에 가장 강한 선수들을 배치한다. 3, 4라인은 주전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면서 수비에 주력하는게 보통이다. 출전 시간도 1, 2라인 선수들이 가장 많고 4라인 선수는 짧은 시간 경기에 나선다.

만약 북한 선수 3명을 4라인에 모두 포함시켜 짧은 시간을 뛰게 한다면 호흡 문제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은 실질적으로는 1∼3라인 위주로 경기를 운영해왔고 4라인의 경기 출전 시간은 매우 작았다.

하지만 북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미미하다면 단일팀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선수를 선발하고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 머리 감독에게 정치적인 압박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머리 감독은 “만약 단일팀이 성사되더라도 내게 북한 선수를 기용하라는 압박은 없길 희망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대표팀 관계자도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머리 감독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선수 선발 권한을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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