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문현답]“6개월간 일하면서 배우고 나니 정규직 채용"

숙대 최지영 씨 장기현장실습서 직무능력 인정받아 취업
학생 적성 파악 후 ‘맞춤형’ 기업추천…실습 중도탈락률 0%
경영·마케팅·광고홍보 특화…‘취업률 불리’ 여대 단점 극복
  • 등록 2018-03-19 오전 6:00:00

    수정 2018-03-20 오전 10:01:04

지난달 5일 서정윤 숙명여대 IPP센터 행정지원실장이 기업을 방문해 장기실습 중인 학생들과 상담하고 있다.(사진=숙명여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기획서를 작성하면서 이것저것 고민하다보면 어느덧 퇴근시간이더라고요. 제가 낸 아이디어가 업무에 실제로 반영되면 보람은 더 크죠.”

올해 2월 숙명여대(숙대) 소비자경제학과를 졸업한 최지영(25)씨는 4학년 때인 지난해 8월 일학습병행제로 장기현장실습을 나갔다. 실습기간은 6개월로 최 씨는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서비스 기획업무를 맡았다.

최씨는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온라인 쇼핑몰에 관심이 많았지만 실습을 나가기 전까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적성에 맞는지 몰랐다”며 “기업 서비스기획팀에서 소비자가 해당 서비스에 좀 더 쉽게 접근할 방법이 뭘까 고민하면서 기획서를 작성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업무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실습기간이 종료된 최 씨는 지난 1일자로 인터파크 서비스기획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최 씨는 “실습에 참여했던 6개월은 4학년 때로 다른 친구들은 기업에 원서 내고 면접 준비하느라 바빴을 텐데 그런 에너지를 모두 회사 업무에 쏟을 수 있었다”며 “마음껏 직무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말했다.

숙대는 2015년 고용노동부 주관 IPP(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사업에 여대 최초로 선정됐다. 당시만 해도 숙대에는 공대가 없던 때라 장기현장실습은 인문사회계열 위주로 저변을 넓혀왔다. 2015년에는 학내 9개 학과가 실습에 참여했지만 지난해에는 33개 학과로 실습 참여 학과가 3배 넘게 늘었다.

현장실습 참여 학생도 같은 기간 152명에서 158명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4개월 이상의 장기현장실습을 다녀온 학생은 485명으로 이 가운데 131명이 졸업했으며 취업률은 69%(90명)다. 2016년 정보공시 기준 숙대 전체 취업률 64.4%보다 4.6%포인트나 높다. 같은 기간 실습이 가능한 협약기업은 107개에서 242개로 늘었다.

숙대는 장기현장실습을 도입한 이후 △경영회계 △광고홍보 △마케팅 분야를 특화했다. 오히려 이점이 공대 중심의 현장실습에 주력해온 다른 대학과 차별화를 이룬 점이다.

옥경영 숙대 경력개발처장(소비자경제학과 교수)은 “여대이면서 인문사회계열 위주의 대학은 취업률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숙대의 경우 교수들의 인맥부터 동문 기업인, 산학협력단 등이 모두 합심해 좋은 기업을 발굴해낸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특히 숙대는 현장실습 중도탈락률이 IPP 참가 대학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현장실습 참여 학생 158명 가운데 중도에 실습을 그만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숙대는 한 해 150여명의 학생들을 총 6차례에 걸쳐 현장실습을 보낸다. 상반기 1월·2월·3월과 하반기 7월·8월·9월 실습 파견이 이뤄지며, 학생들은 4개월·5개월·6개월을 실습기간으로 선택할 수 있다. 대신 학점은 실습기간에 따라 각각 12학점, 13학점, 15학점을 수여받는다.

실습 파견이 이뤄지기 2개월 전부터는 학생과 기업 간 ‘매칭’ 작업이 이뤄진다. 실습생을 원하는 기업 명단을 작성,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1:1 개별상담을 진행한다. 이어 이력서·자기소개서에 대한 첨삭지도와 면접교육이 이뤄지며, 그 이후부터는 기업이 지원자 가운데 실습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중도 탈락률이 낮은 이유는 이 과정에서 철저한 질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이하로 실습비를 주면서 노동착취를 하거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기업은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다. 또 학내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스스로 본인 적성을 자가 진단하고, 산업체 경험을 가진 산학협력중점교수(산학교수)가 개별 상담을 통해 맞춤형으로 실습 기업을 추천해주고 있다. 학생이 실습을 나간 뒤에는 산학교수가 반드시 2차례 이상 현장을 방문, 학생들의 애로사항을 듣는다.

서정윤 숙대 IPP센터 행정지원실장은 “학생을 실습 보낸 뒤에는 산학교수가 현장을 방문하고 2차례 이상 학생들의 만족도 평가를 받는다”며 “학생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그 과정에서 대부분 조정되기 때문에 중도탈락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고용부 IPP사업은 크게 ‘장기현장실습’과 ‘일·학습병행제’로 구분한다. 그간 ‘잡무’에만 그쳤던 단기현장실습을 개선하기 위해 한 학기 동안 직무 경험을 쌓도록 한 장기현장실습이 한 축이라면 일·학습병행제는 이론과 실습이 결합된 1년 과정이다. 한 학기는 학교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나머지 한 학기 동안 기업에서 현장직무교육을 수행한다.

숙대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산업체 요구를 반영한 교과목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마케팅통계분석 △광고홍보 △정보통신 분야에서 12개 교과목을 개발한 데 이어 최근 마케팅전략기획 분야에서 △유통관리 △브랜드마케팅 △소비자와 브랜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등 4개 교과목을 개발, 이번 학기부터 개설했다.

옥 처장은 “장기현장실습과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직무능력을 반영, 교과개편을 단행했다”며 “장기현장실습은 학생과 기업 모두 서로를 검증할 시간을 갖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예산을 좀 더 늘려 실습 참여 학생을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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