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수묵화 같은, 뮤지컬 '난설(蘭雪)'

허난설헌의 시 5편· 산문 등 노랫말로 활용
무대 바닥 흐르듯 지나가는 시 구절 인상적
내달 25일까지 대학로서 공연..전석 5만원
  • 등록 2019-07-26 오전 6:00:01

    수정 2019-07-26 오전 6:00:01

▲뮤지컬 ‘난설’의 공연 모습(사진= 프로스랩)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관객을 향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하얀 무대는 비어 있는 화선지다. 희고 검은 옷을 걸치고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은 먹물을 가득 머금고 화선지를 적시는 붓 같다. 잔잔하게 흐르는 피아노 반주 위에 가야금과 대금, 해금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여백 많은 ‘화음’은 공연장을 꽉 채우지 않아 더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뮤지컬 ‘난설(蘭雪)’은 족자 속 잘 그려진 ‘수묵화’가 연상되는 작품이다. 조선 중기 천재 시인 허난설헌(허초희·1563∼1589)의 삶을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그리듯 담백하고 정갈하게 담아내려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허초희의 시 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 5편과 산문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을 노랫말로 활용한 것도, 무대 바닥을 흐르듯 지나가는 허초희의 시 구절 영상도 그렇다.

극은 허초희의 남동생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에 떠올리는 그리웠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죽음을 앞두고 누이 허초희의 시를 비로서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극에는 허초희와 허균, 그리고 그들의 스승인 이달 세 명이 등장한다. 이들은 여성(허난설헌), 두려움(허균), 서자(이달) 등의 이유로 각자 한계에 부딪히지만,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희망을 이야기한다.

옥경선 작가는 “허초희와 허균, 이달은 상처입고 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기 위해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인물들”이라며 “비록 그것이 상처뿐일 지라도, 깨어지고 부서져 불완전한 자신의 삶으로 시를 완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기쁨 연출은 “결핍을 지닌 인물이 서로를 만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심했다”고 부연했다.

비운의 천재시인 허초희 역은 정인지, 하현지가 맡았다. 누이의 재능과 시를 사랑했던 남동생 허균 역은 유현석, 백기범이, 술과 풍류를 사랑하는 한량이지만 초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스승 이달 역은 안재영, 유승현이 연기한다. 다음달 25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되고, 티켓 가격은 전석 5만원이다.

▲뮤지컬 ‘난설’의 공연 모습(사진= 프로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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