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말한마디로 해묵은 숙제들이 속속 풀리고 있다. 제19대 대통령 취임 사흘째인 지난 12일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식 제창 지시에 이어 15일에는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을 관련부처에 지시한 것. 정권교체 이전만 하더라도 이념공방과 정치적 이유로 해결이 어려웠던 난제들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한마디에 신중한 검토없이 정책이 너무 쉽게 바뀌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文대통령,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인정 지시…인사혁신처 “방법 찾겠다”문 대통령은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기간제 교사 2명의 순직 인정을 관련부처에 지시했다. 특히 공무수행 중 사망한 공직자의 경우 정규직·비정규직 신분에 관계없이 순직처리 방안을 검토하라고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찾아가는 대통령 2편으로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미세먼지 바로 알기 방문교실’에 참석, 학생들과 ‘깨끗한 공기’ 가 적힌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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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간제 교사의 순직인정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 사항이었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지나도록 논란을 벌여온 과제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초원(당시 26세)·이지혜(당시 31세) 단원고 기간제 교사의 경우 교육공무원법상 공무원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와 관련,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이 지났지만 제도 해석의 문제로 순직 인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제 논란을 끝내고 고인의 명예를 존중하며 유가족 위로하는 게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바빠졌다. 김동극 처장은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만큼 검토해보겠다”며 “실무자들과 이야기해서 순직 인정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교육부에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와 국가보훈처에 제 37주년 5.18 기념식의 제창곡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지정해 부를 것을 지시했다. 수년을 이어온 갈등사안에 마침표를 찍은 것. 두 사안은 특히 박근혜정부 하에서 보수·진보간 대표적인 갈등사안이었다. 특히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는 이른바 ‘건국절’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보혁간 진흙탕 이념공방으로 변질될 정도였다. 또 추친과정에서 국가가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경우 5.18 민주화운동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제창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8년부터 합창 방식으로 변경되면서 해마다 잡음이 불거졌다. 박근혜정부 당시 야권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도 제창을 지지했지만 박승 전 국가보훈처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양날의 검’ 적폐청산, 보수세력 반발에 정치보복 논란 가능성
다만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대한 우려섞인 시각도 없지 않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너무 쉽게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물론 문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는 대선공약인 적폐청산의 일환이다. 다만 ‘통합’보다는 ‘적폐청산’에 방점을 찍은 행보가 가속화될 경우 대선패배 이후 숨죽여있던 보수세력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재조사 움직임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조국 민정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의 오찬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못한 채 검찰 수사로 넘어간 부분을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또 “세월호 특조위도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끝났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다시 조사됐으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은 이에 “미진한 점이 있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민정수석의 당연한 권리다. 새로운 범죄 혐의가 나타나면 검찰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측의 이러한 움직임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은 정준길 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민정수석이 제일 먼저 할 일을 정윤회 문건 수사 재검토로 하는 것이 적절한지 심사숙고하기 바란다”면서 “정치검찰의 인적청산이라는 명분과 달리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정치검찰’을 만들려고 한다는 의혹의 눈초리에서도 벗어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