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 메자닌채권시장 투명성 확보해야

  • 등록 2021-07-13 오전 6:10:00

    수정 2021-07-13 오전 6:10:00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거 일부 회사채 발행기업의 부실화로 채권투자에서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는 국내 채권투자자들은 신용위험을 극도로 꺼리게 된다. 이에 따라 높은 신용도를 지닌 기업들만이 회사채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그나마 신용도가 다소 낮은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채권이 메자닌채권이다. 메자닌이라는 용어는 층과 층 사이의 라운지 공간을 나타내는 건축용어이다. 이를 금융상품에 적용하여 자본과 부채의 중간적인 특성을 지닌 전환사채, 교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통칭하여 메자닌채권이라고 한다.

메자닌채권은 신용도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발행되는 대신 사전에 설정한 가격으로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을 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상품이다. 메자닌채권 투자자는 낮은 이자를 받는 대신 주가가 오를 경우 전환을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국내 메자닌채권시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외국과는 다른 특성이 발견된다. 우선 국내 메자닌채권은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어 외국에 비해 투명성이 낮다. 이로 인해 메자닌채권 발행기업의 신용도 파악이 어렵고,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발행과 관련한 정보파악에 제약이 있다. 시장의 낮은 투명성은 장기적으로 시장의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특성은 대부분의 메자닌채권이 리픽싱 옵션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픽싱은 메자닌채권을 발행한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전환가액을 재산정하여 전환주식수를 늘려주는 옵션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주식수를 늘려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다. 반면 발행기업의 기존 주주는 리픽싱에 따라 보유지분이 하락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리픽싱 조건을 통해 전환할 수 있는 주식수가 확대된 상황에서 발행사가 콜옵션 행사로 최대주주 등에게 매도하는 경우에는 특수관계인의 지분 확대 수단으로 리픽싱이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리픽싱 이후 주가가 다시 상승하면 최초 전환가액의 범위 내에서 상향조정을 하는 리픽싱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매자닌채권의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려 시장의 고사 가능성을 우려한다.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메자닌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리픽싱 옵션으로 인해 전환주식수를 늘려서 주가하락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환가액 상향조건이 추가되면 투자자의 수익가능성이 줄어들어 메자닌채권 투자자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익기회 감소에 대응하여 투자자들이 메자닌채권에 매기는 이자율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와 같이 일방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하고 시장투명성이 낮은 메자닌채권시장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일본과 미국의 메자닌채권시장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메자닌채권의 투자자 저변 확대를 위해 리픽싱 옵션을 추가한 전환가격수정조건부전환사채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2006년부터 리픽싱에 따른 주주권 회석화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발행자가 리픽싱 옵션을 제공하는 전환사채의 발행을 꺼리게 되었고 이후 시장은 장기적인 침체를 겪고 있다. 반면 전환가액을 재산정하지 않는 제도를 유지하며 전문가를 위주로 한 발행시장(rule 144a market)을 도입하여 시장의 투명성을 높인 미국의 메자닌채권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방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한 메자닌채권의 상품 구조가 지속되면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 다른 조달수단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왜곡된 시장이 초래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시장 충격이 있더라도 시장의 투명성과 공정한 시장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장기적인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전문투자자를 위주로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공정한 시장제도의 기반 하에 성장성이 높은 기업을 위주로 메자닌채권시장의 구조가 마련되어야 조달한 자금이 기업의 성장에 쓰이고 투자자가 그 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메자닌채권의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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