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view]현금인가, 채권인가

맨프리 길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아프리카·중동·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 등록 2023-08-18 오전 6:30:00

    수정 2023-08-18 오전 6:30:00

[맨프리 길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아프리카·중동·유럽 최고투자전략가] 오늘날 투자와 관련해 가장 큰 논쟁 중 하나는 현금 또는 채권 중 무엇을 보유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 사이클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당장 현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단기 수익이 만기가 더 긴 채권의 수익보다 더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예금이나 대표적인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하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자산 배분 관점에서 현금보다 우량 채권에 대한 선호를 더 높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맨프리 길 SC그룹 자산관리부문 아프리카·중동·유럽 최고투자전략가(CIO) (사진=SC제일은행)
◇현재의 수익 vs 미래의 수익


당장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투자의 유일한 동인이라면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도 무의미할 것이다. 단순히 수익 기대가 더 높은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면 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장 환경에서는 현금이 투자의 우선 순위에서 앞설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더 나은 수익률을 따져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투자를 서두르기에 앞서 차분하게 현금과 채권의 실질적인 가치를 파악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1년간의 단기 성과는 현금이 채권보다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5년간 길게 투자할 경우에는 채권이 현금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재투자 리스크를 비교하라

현금성 자산으로 볼 수 있는 미국 단기재정증권(3개월물 T-bill)의 7월 말 현재 금리는 약 5.5%인 반면, 미국 5년물 및 10년물 국채 금리는 각각 3.95% 및 3.75% 수준이다. 향후 몇 년간 현금성 자산의 금리는 재투자 리스크에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얼마나 오랫동안 고금리를 유지할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6~12개월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 경기 침체에 진입했을 때 연준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빠르게 금리 인하로 전환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는 현금에 높은 비중을 배분한 투자자가 향후 만기 도래 시 훨씬 낮은 금리로 재투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예금 금리 상승이 현금 확보를 부추기고 있지만, 장기적인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관점에서 현금성 자산 확대는 최선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현 경기 사이클을 고려할 때 현금보다 선진시장 국공채의 위험 대비 수익이 더 매력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현금에 대한 일정 비중은 보유하되, 구매력을 잃지 않도록 유의

유동성에 대한 필요성을 차치하더라도 현금을 일정 비중 보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예금 금리가 제로 수준이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상황으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현금은 경쟁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실질 가치를 지킬 수 있다고 기대할 만한 근거는 거의 없다. 당장은 높아진 금리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이 현금 자산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우량 채권이 현금의 성과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숨겨진 보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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