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대성이 방송에서 ‘IOI 해체 반대’라는 푯말을 들 만큼 팬은 IOI의 지속을 바라지만, 7개가 넘는 주관 연예기획사의 타산과 이해관계를 뛰어넘기란 극히 힘들다. IOI의 막내로 센터를 도맡는 전소미가 10개월 기한의 반이 지난 시점에서 ‘우리가 한 회사였으면 어떤 그룹이 되었을까’라며 안타까워했지만, 운명을 돌이키기는 어려웠다. 팬은 마음 아파하면서도 해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각기 다른 회사의 연습생들을 그러모아 경쟁을 시키고 국민 프로듀서 투표라는 과정으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해낸 뒤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프로듀스 101’의 기획은 대성공을 거두며 2010년대 대중음악 시장에서 주류가 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점을 찍었다. 이 기획의 열매인 IOI는 다른 그룹이라면 몇 해 동안 애써도 얻기 힘든 수준의 높은 대중 인지도를 다져놓고 데뷔하는 행운을 누렸다. IOI 멤버 11명은 그 행운을 놓치지 않고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한 끝에 지금은 가장 유망한 연예인 대열에 들어섰다.
하지만 IOI는 난관을 다 이겨내고 멋진 피날레를 끊었다.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하나는 끈끈한 결속력이다. 11명 멤버는 다 달랐다. 서울 강남 부잣집 딸, 소도시 칼국수집 딸, 제주도 노점상 딸, 급식 쿠폰으로 방학을 버티는 가난한 집 딸도 있었다. 누구는 초대형 기획사의 차세대 에이스였지만, 누구는 달랑 연습실 하나뿐인 작은 기획사의 기둥이었다. 이런 이질감 탓에 IOI의 김세정은 처음엔 다른 멤버에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힘든 길을 걸으며 서로를 감싸 안은 11명 멤버들 사이엔 굳은 우애가 생겼고, 합이 잘 들어맞는 탄탄한 그룹이 되었다. IOI에게 대선배인 소녀시대 티파니는 ‘너희끼리 합이 맞으면 관중이 호응한다’고 조언했다. 그 조언대로 합을 잘 맞춘 IOI에 대중은 열광했고, 이 열광은 다시 IOI의 결속을 다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콘서트에서 헤어지기 싫다며 가장 서럽게 흐느낀 멤버는 다른 멤버에 정을 주지 않으려 했다는 김세정이었다.
△류한수 (상명대 교수, 유럽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