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하버드 아시안 차별 소송 1심 선고를 앞두고

‘하버드-아시안’ 소송 1심 선고 앞둬
美 아시아인 차별 정면다룬 선도 사례
탈북자·다문화가정, 우리와 무관치 않아
‘수시입학·특별전형’ 공정성 논란에 시사점
  • 등록 2019-05-20 오전 7:11:00

    수정 2019-05-20 오전 7:11:00



[윤성현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 2014년 11월 시작된 ‘하버드-아시안 소송’(SFFA v. Harvard)은 매사추세츠 연방지방법원에서 작년 10월과 올 2월에 걸쳐 변론절차를 가진 뒤 올해 상반기 중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소송은 에드워드 블럼이 주도하는 SFFA(Students for Fair Admissions)가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제기했는데 하버드 대학이 입학 과정에서 고의적으로 아시아인에게 인종적 차별을 가해 민권법을 위반했다는 게 주된 쟁점이다. 민권법 위반이란 사유만을 놓고 볼 땐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Affirmative Action)’가 주된 쟁점으로 보이지만 아시아인을 매개로 하여 평등과 관련한 제반 쟁점들을 복합적으로 내포한 소송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을 정면으로 다룬 선도적 사례라는 점을 들겠다. 과거에도 중국인에게 이민을 금지한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 1882)이나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라는 이유만으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강제수용을 명령한 조치를 정당하다고 판시한 코레마츠(Korematsu) 판결(Korematsu v. U. S., 1944) 등 아시안 차별의 역사는 존재했고 지금도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은 ‘대나무 천장’으로 불릴 만큼 남아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은 미국 사회에서 거의 부각되지 못했고 따라서 아시아인의 관점이나 이익이 반영될 기회가 부족했던 것이 현실이다.

‘하버드-아시안 소송’은 1978년 바케(Bakke) 사건 이후 2016년 피셔(Fisher) 사건에 이르기까지 40여 년간 논쟁 중인 대학입학에서 소수인종 우대조치라는 맥락 속에 있으면서도 그동안 모범적 소수인종(Model Minority)으로 전형화 되고 주변화 됐던 아시아인이 논쟁의 중심에 선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아시안-아메리칸으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확립해 나가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이번 소송상 차별의 양상이 다면적이라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다른 소수인종인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인종적 고려로 입학에서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주장은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와 연관되지만 역시 소수인종인 아시안이 우대 대신, 백인의 다수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인종 균형 맞추기(Racial Balancing)에 희생돼 과소 대표된다는 면이 더 핵심 쟁점이다. 이는 20세기 초 유대인의 입학비율을 낮추려 인종 균형 맞추기를 했던 역사의 재판(再版)이라고 한다.

원고 측은 하버드가 학업·과외활동·운동 등 다양한 평가 항목 가운데 유독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은 인성(Personality) 부분에서 아시아인에게 낮은 점수를 줬다는 입학통계 분석을 들어 인종적 편견(Bias)으로 이중 차별이 이뤄졌다고 본다.

역차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백인이 인종을 고려한 입학정책의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 기존의 전형적인 어퍼머티브 액션 소송의 모습이었다면 이 소송은 하버드에 불합격한 아시아인들을 청구인으로 모집해 시작됐으면서도 이를 기획한 SFFA의 블럼 등 백인 그룹이 소송을 지렛대로 삼아 우대조치 폐지를 의도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된다. 블럼은 이미 연방대법원에서 2013·2016년 선고된 Fisher 판결에서 우대조치 폐지를 원하는 백인 원고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백인 보수주의 운동가이다. 아울러 지난해 8월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가 원고 측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점은 이 같은 심증을 굳게 만든다.

이처럼 민권법 소송이 정치적 기획 소송의 성격도 띠게 되면서 아시안 그룹 내에서도 찬반이 갈리고 하버드 또한 한편으론 ‘차별의 가해자’라는, 다른 한편으론 다양성(Diversity)을 지키는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의 옹호자’라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SFFA는 그동안 여러 대학에서 적법하게 활용돼 온 동문자녀 우대입학(Legacy Preferences)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를 폐지한다면 굳이 인종을 고려해 입학의 다양성을 도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레거시 입학은 기왕에도 ‘백인을 위한 쿼터제’, 또는 ‘부유한 백인을 위한 어퍼머티브 액션’이라며 비판의 대상이 돼왔지만 최근 펠리시티 허프먼 등 유명 연예인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초대형 입시 비리가 동문자녀 우대나 체육특기생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도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하버드-아시안 소송’은 미국 사회에서의 오랜 인종적 차별과 평등, 나아가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의 미래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모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법적 숙의(Judicial Deliberations)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이 소송이 다루고 있는 어퍼머티브 액션의 문제는 사회경제적 격차가 확대되고 북한이탈 주민과 이민자 수가 점증해 다문화사회 양상을 띠는 우리 사회의 현재와도 무관하지 않다. 나아가 수시입학과 특별전형 제도 등을 시행하면서 공정성과 신뢰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우리 사회의 논의에도 함의를 가질 것이기에, 이후 미국 사회의 후속 논의와 장차 예상되는 연방대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면밀히 검토해 우리의 다가올 미래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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