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변비와 설사, 알고보니 대장암 때문?... 대장내시경 통한 조기검진 필수

복통, 혈변, 배변습관 변화 등 생활 속 증상에 대한 관심 필요
항문 보존, 배변기능 정상화 등 삶의 질 고려한 치료가 핵심
  • 등록 2023-01-25 오전 7:31:47

    수정 2023-01-25 오전 7:31:47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31세 남성 직장인 최모 씨는 2년 전 응급수술을 받았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김 씨는 평소 가끔씩 극심한 복부통증을 겪었지만 아직 젊은데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나타나는 단순한 위궤양으로만 생각하고 크게 염려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회식 다음날 복부팽만과 참을 수 없는 복통으로 은평성모병원 응급의료센터를 찾았다.

의료진이 살펴본 최 씨는 소장이 매우 팽창돼 있었고, 소장과 대장 연결부위의 종양으로 인해 장폐색이 관찰되는 응급상황이었다. 즉시 수술실로 옮겨진 최 씨는 오른쪽 결장을 절제하는 응급 수술을 받았고, 수술 후 진행한 조직검사에서 3기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6개월간 이어진 보조적 항암화학요법까지 마친 김 씨는 2년이 지난 현재 재발이나 전이 없이 추적검사를 받고 있으며, 다니던 회사에도 재취업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대장암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대장암은 흔히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 연령에서 인구 10만 명당 대장암 발생률은 12.9명으로 나타나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전체적인 암 발생률 통계에서도 대장암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에 속한다. 2020년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는 우리나라 전체 암 환자 중 11.2%를 차지해 3번째로 많았다. 2019년 4위에서 한 단계 올라선 수치다. 전체 대장암 환자 2만 7,877명 중에 남성이 1만 6,485명, 여성이 1만 1,392명이었는데 여성의 경우 대표적 여성암인 유방암, 갑상선암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남성의 경우도 폐암, 위암,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다. 비교적 젊은 연령층인 15 ~34세로 한정해 봐도 대장암 환자 발생은 인구 10만 명당 3.6명으로 3번째를 기록했다. 많이 알려진 백혈병의(3.3명)보다 젊은 대장암 환자가 더 많은 셈이다.

◇ 육류 중심 식습관이 위험인자

대장은 소장과 항문 사이에 위치한 소화기관의 마지막 장기다. 대장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나뉘는데 결장에는 맹장,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에스결장(알파벳 S 모양으로 굽어진 결장)이 포함되며, 항문과 연결되는 대장의 마지막 부분 약 15cm 부위를 직장이라고 한다. 전체 대장암의 70% 가량이 직장 및 직장과 맞닿아 있는 에스결장에서 발생한다.

대장암 발병 원인은 크게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으로 나뉜다. 환경적 요인은 잘 알려진 것처럼 고단백, 고지방 음식 섭취와 운동부족, 비만 등 서구화된 생활 습관이다. 특히, 육류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확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어 균형 잡힌 식단이 대장암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50세 이하에서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비만, 과체중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도 젊은 대장암 발생 증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적 요인도 대장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특히 가족 중에 젊은 나이에 대장암울 진단 받았던 사람이 있거나 위암, 피부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환자가 여럿 있다면 유전질환인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린치증후군은 50세 이전에 특정 유형의 암 발생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유전질환을 말하는데 린치증후군 환자의 70~80% 정도에서 대장암이 나타난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형진 교수는 “유전질환에 의한 대장암은 발병 연령이 40대 초반으로 상당히 젊고, 특히 여성의 경우 자궁암에도 걸릴 확률이 40 ~50%로 높다”면서 “린치증후군은 자녀에게 대물림될 확률이 50%에 이르기 때문에 가족 중에 젊은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유전적 요인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변비, 설사 등 생활 속 증상 방치하지 말아야

대장암의 주요 증상은 복통, 혈변, 배변습관의 변화다. 이런 증상들은 대장암과 관련이 없어도 생활 중 언제든 나타날 수 있어 무심결에 지나치기 쉽지만, 갑작스런 변화가 있거나 증상이 지속되면 관심 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평소에 변비가 있었는데 갑자기 설사가 지속된다든지, 또는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면 검사가 필요하다. 화장실을 찾을 때마다 변의 굵기나 색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장 내에 발생한 종양으로 인해 대변의 통로가 좁아져 변의 굵기가 연필처럼 가늘어지거나 출혈로 인해 혈변이 보일 수 있다.

김 교수는 “혈변을 치질로 인한 증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흔한데 반드시 대장내시경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암을 진단하는데 가장 중요한 검사법이다. 대장암은 대개 대장용종이라 불리는 작은 사마귀 모양의 혹에서 시작한다.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향후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이런 용종을 제거함으로써 암을 예방할 수 있다. 또, 용종이 설사 암으로 밝혀지더라도 증상이 없는 시기에 조기 발견하면 맞춤형 치료계획을 세워 예후가 향상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김형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국가건강검진에서는 50세 이상에서만 대장암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이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돼야만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태”라며 “일상 속에서 복통, 혈변, 배변습관의 변화를 느낀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조기에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 항문 보존, 배변기능 정상화 등 삶의 질 고려한 치료가 핵심

우리나라의 대장암 치료 수준은 세계적이다. 전 세계 통계에서도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의 예후가 가장 좋은 것으로 보고될 정도로 수술법과 다학제협진 시스템이 발전했다. 대장암으로 진단되면 추가적인 CT나 MRI 검사로 간 폐, 림프절 등 다른 장기의 전이 여부와 대장 내 국소진행 상태 등을 확인하고 다학제협진을 시행한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효과적인 치료를 가장 적합한 순서로 진행하기 위한 협진은 최근 대장암 치료의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직장암의 경우에는 골반 안쪽, 항문 바로 위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주변의 전립선, 자궁, 방광, 골반신경 등 중요한 구조물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따라서 항문과 주요 구조물을 보존하면서 수술, 방사선요법,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복강경수술, 로봇수술을 비롯한 최소침습수술법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뿐만 아니라 수술 전후 항암방사선치료요법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예전과 비교하면 항문을 보존하는 환자들도 증가했다.

은평성모병원의 경우에도 대장암센터를 중심으로 첨단 치료법을 효과적으로 조합해 최선의 치료결과를 도출하는 다학제협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대장항문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병리과로 구성된 대장암 협진팀은 매주 한차례 회의를 열고 모든 대장암 환자들을 위한 맞춤치료 계획을 논의한다. 또, 3차원 복강경수술기, 최신 로봇수술기 다빈치Xi, 꿈의 암치료기로 불리는 트루빔 등 첨단 장비를 갖추고 최상의 치료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형진 교수는 “대장암의 경우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추가적인 항암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체계적이면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항문 보존, 장기적인 치료계획 등 환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협진 회의에서 논의한다”고 밝혔다.

대장의 일부분을 제거하는 치료 특성상 대장암은 치료 후 필연적으로 배변기능에 변화가 나타난다. 항문과 인접한 부위에 발병하는 직장암의 경우 항문을 보존했더라도 모든 환자가 정상적인 배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배변 기능을 위해서는 항문 괄약근뿐만 아니라, 직장 및 골반 신경 등 수많은 요인들의 협동작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배변기능의 변화는 환자 삶의 질, 특히 여행이나 외부활동, 직장생활을 상당히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장암 치료 후 배변기능 회복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수술 전 방사선치료와 항암화학요법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 직장암 환자들에게는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 치료법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김형진 교수는 “대장암 전조증상이 나타났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거나, 방치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면서 “대장암은 평상시 생활습관과 밀접히 관련돼있기 때문에 채소를 포함한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고 증상을 느꼈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형진 교수(사진 가운데)가 대장암 복강경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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