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에 전재산" 날벼락 같은 두번째 유언공증[상속의 신]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8)
유언공증, 공증인이 참여해 작성된 유언
장소 제한 없어…의사능력 상태가 중요
고령화 시대…제도 통한 유언 관리 필요
  • 등록 2024-03-31 오전 9:00:50

    수정 2024-03-31 오전 9:00:50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김소영씨는 남편 이재정씨와의 사이에 딸을 하나 뒀다. 그러나 이씨의 여동생들이 평소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씨에게 의존하면서 남편이 집에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아 김씨는 직접 벌어서 딸을 키웠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이씨가 여동생들 때문에 수억원의 빚까지 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알게 된 김씨는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다고 생각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평소 술을 좋아하던 이씨가 재판 중에 간암에 걸려 병원 입원 중 사망했다. 이혼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씨의 상속이 개시됐다.

고인은 투병중에 있으면서 모든 친척과 가족들이 있는 가운데 자신이 가진 재산을 유일한 딸에게 주겠다고 약속하고 공증사무실에서 유언공증을 했다. 그런데 상속재산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고인의 여동생 2명이 고인이 전 재산을 여동생에게 증여하기로 하는 유언공증을 했다고 하면서 고인 이씨의 부동산의 등기를 자신들 명의로 이전해 갔다. 결국 고인에게 남은 빚 1억5000만원은 부인 김씨와 딸에게 상속되고, 재산은 모두 고인의 여동생들이 가져가게 됐다. 남편 이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2개의 유언공증을 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여동생들에게 증여를 하기로 했다는 유언공증의 효력이 법적문제로 비화됐다.

여동생들에게 재산을 증여하겠다는 유언공증이 작성된 시점은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출입이 전면 통제됐던 시기였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씨는 중증 암환자로서 우선 입원 가능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실에 있었다. 그곳은 간병인도 상주할 수 없고, 병원 직원도 특별한 이유 없이 출입이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씨의 여동생들은 공증변호사와 지인 등을 데리고 병원의 주치의나 관련자들의 허락 없이 병실에 출입했다. 그 이후에 변호사 앞에서 암치료 받고 있던 이씨가 자신의 전 재산을 여동생들에게 준다고 유언공증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유언공증의 효력이 쉽게 부인될 수 있을까?

우리 민법에는 유언의 방법으로 6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것은 유언공증의 방법이다. 유언공증은 법무부가 인증한 공증인이 직접 참여해 작성된 유언이다. 유언공증을 하기 전에 유언에 필요한 서류를 공증변호사에게 제시하면 공증변호사는 유언장의 내용을 파악해 무효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고, 보정할 것이 있으면 보정을 요구한다. 유언공증을 하기 위해서는 유언자와 공증인, 당해 상속과 이해관계가 없는 증인 2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언자는 자신의 유언 내용을 구두로 진술하면 이를 공증인이 받아 적어서 유언자와 증인에게 낭독을 한다. 유언자와 증인이 공증인이 작성한 서류가 진정하다고 인정하면 각자 서명날인이나 기명날인을 한다. 이후 공증인은 유언장이 진정하게 작성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유언장에 기입하고 서명날인을 한다. 유언을 하는 장소는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공증사무실일 수도 있고, 유언자가 있는 병원이나 집일 수도 있다.

공증인은 공증인법에 의해 허위의 공증을 하거나 부실하게 공증을 할 경우 형사처벌 및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 공증인은 법에 의해 인가를 받은 자이고, 허위의 공증을 하는 경우는 형사 처벌을 받고, 변호사 자격에도 문제가 생기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허위 공증을 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증인의 공증과정에 대해 유언자가 진정으로 유언을 했다고 볼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면 유언공증도 무효가 된다. 가령 유언자가 의사능력이 없었다거나, 공증인이 진술할 때 그저 머리만 흔들어서 승낙의 의사를 했다거나, 관여한 누군가의 조종에 의해 의사표시를 했다면 유언자의 유언은 무효가 될 것이다. 영상에 의한 유언은 우리 민법에서 인정되지 않으므로 영상이 있는 유언이 바로 효력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유언과정에서 녹화된 과정이 있다면 공증인이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했음을 입증할 증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유언공증이 무효라고 하는 사람이 그 무효임을 입증해야 하므로 쉽지 않다.

이 사건에서 유언공증을 하기 위해 여동생들과 공증변호사가 코로나19로 제한된 병원을 무단침입하고, 병원 관련자들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유언이라고 하더라도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은 아니다. 유언공증에서 장소의 제한은 없다. 무단침입이라든가 관련자의 승인이 요건이 되지도 않는다. 이런 경우는 유언자의 의사능력 상태가 제일 중요하다. 의사의 진료기록을 통해 의사능력이 전혀 없었다고 보이면 유언공증은 무효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이 아니라면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유언은 항상 철회가 가능해 마지막에 작성된 유언만이 효력이 있다. 이 사건에서 여동생에게 전 재산을 준다는 유언공증이 마지막 유언장일 것이므로 상속인들이 이 유언공증의 무효를 입증하지 못하면 패소할 가능성이 있다. 남편의 진심의 의사는 이혼소송을 한 부인이나 딸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을 의사가 있었다고도 보인다.

이렇게 유언의 문제는 항상 분쟁가능성이 있어서 국가에서 유언을 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학계의 주장이 힘이 실리고 있다. 필자는 유언제도의 개선은 고령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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