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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카드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자 금융부가통신망(VAN, 밴)사업자들과 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PG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번 개편안으로 벼랑 끝에 몰린 카드사들이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PG사에 부과하는 수수료를 올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영업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고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VAN사, 정률제 적용에 추가 인하 압력까지 ‘이중고’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 수수료 우대구간을 기존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이하로 확대하고 신설 우대구간의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초대형가맹점과 일반가맹점간 부당한 수수료율 격차 시정을 통해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의 평균 수수료율 인하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여기에 당국이 앞서 발표한 정책에 따라 내년 1월 말부터 PG 하위 온라인사업자와 개인택시사업자에도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된다.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면 가맹점 관리와 결제 중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밴사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입장에선 밴사에 지급하는 밴수수료가 비용인 만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이를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진상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인하는 밴사 수수료 조정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밴사의 중계수수료 수익은 2016년 총 1조1662억원에서 지난해 1조1508억원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도 5570억원으로 감소했다.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카드사 가맹점수수료 수익 중 밴사에 지급하는 수수료 비중은 2016년 10.5%에서 지난해 9.9%, 올해 상반기 9.4%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밴 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직원 20%를 감원했다”며 “업계가 수익성 악화, 경쟁 심화에 내몰리면서 15만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PG “원가 낮춰도 모자를 판에 더 오를수도”
온라인상에서 카드 결제를 중개하는 PG사 역시 이번 수수료 인하 대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PG사는 영세한 온라인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와 대표 가맹점 계약을 맺고 신용카드 결제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다. 카드사는 온라인 카드결제가 발생하면 PG사에 가맹점수수료를 제외한 결제대금을 지급하고 PG사는 여기에 결제대행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가맹점에 지급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 PG사는 대형 가맹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2.1~2.3%의 가맹점 최고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PG사를 통해 결제를 대행하는 온라인 영세·중소 하위 가맹점은 자신들의 매출액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PG사의 신용카드 수수료(2.1~2.3%)에 결제대행수수료를 지급해 왔다. 즉 오프라인 가맹점에 비해 PG사를 통해 온라인 전자상거래를 영위하는 가맹점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부담한 것이다. 이번 카드 수수료 개편으로 이는 일부 해결될 전망이다.
문제는 PG사다. 연매출 30억원을 초과하는 하위 가맹점에는 앞으로도 2.1~2.3%에 결제대행수수료를 더해 부과해야 하는데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슈되는 상황에서 하위 가맹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카드사를 중심으로 연매출 500억원 초과 초대형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PG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는 PG사들을 통해 온라인 쇼핑몰과 거래함으로써 시스템 구축비, 가맹점 부도 위험 헤지비용 등 큰 비용을 절감하고 있음에도 PG사들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채 높은 일반가맹점 수수료를 부여하고 있다”며 “현 체계는 온라인전자지급결제대행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불합리한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