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원격의료]②구더기 핑계로 10년째 장 못 담그게 한 의료계

복지부 시범사업, 보건소 등 공공기관 주도로 20년째
시범사업에도 의료계 반대 심해…오진 등 위험성 강조
의료법 개정도 10년째 제자리…계류·폐기만 반복해
  • 등록 2020-01-20 오전 2:22:00

    수정 2020-01-20 오전 7:14:2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이 멀어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시작한 원격의료사업이 20년 가까이 `시범사업` 딱지를 떼내지 못하고 있다. 본사업을 진행하려면 의료법 개정이 필수지만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 반발이 거세 의료법 개정이 번번이 무산돼 왔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이끌어온 원격의료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불법이지만 현재 9개 시·도 , 45개 시·군, 419개소에서 원격의료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다만 이 원격의료서비스는 민간병원 대신에 대부분 공공기관이 나서 진행하는 시범사업이다. 사업 중 대부분이 보건소 또는 보건지소가 참여하는 형태다 보니 원격으로 진료를 하고 처방을 하는 주체도 공중보건의사들이다. 공중보건의사가 원격지의사로 원격진료에 참여해 보건진료소 공무원 혹은 방문간호사 등 다른 의료인에게 판독, 처지 방법 등을 지원하는 형태다.

원격의료 관련 시범사업은 지난 1988년 처음 시작됐다. 경기·강원·경북에서 대학병원과 보건의료원 간 원격영상진단 시범사업이다.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것은 산간 오지마을이 가장 많은 강원도다. 2004년 16개 농어촌시군에서 시작해 2013년 강원도 전역으로 확대했다. 물론 이 역시 보건소 등이 주도하고 있다. 2014년부터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을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려고 했으나 그럴 때마다 의료계 반대가 이어졌다.

원격의료 반대하는 이유?

국내 원격의료가 시범사업에 그치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 탓이다. 의료계가 반대하다 보니 의료법이 개정되지 못하고 결국 시범 사업만 반복하는 악순환이 지속된다. 무엇보다 의료계는 원격의료가 오진과 잘못된 치료를 조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청진하고 촉진하는 등의 대면 진료를 통해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를 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원격 진료가 이를 대신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원격진료를 허용할 만큼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이 취약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의 경우에도 읍면동 단위까지 1차 의료기관이 확대되고 있고 교통도 발전한 상황에서 인프라를 극복하고자 아직 불완전한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원격의료가 활성화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환자들이 1차 병원 대신 대형병원의 원격 진료를 받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공중보건의사들조차 원격 의료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대면진료에 비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원격진료를 하는 데 있어 발생한 분쟁에 관한 책임에 대해 사전조율이나 협의 없이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 개정 필수지만 10년째 시도만

이런 의료계의 반대에 의료법 개정도 매번 계류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도 원격의료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법이 허용하는 원격의료는 의사와 의사 간에만 가능하다.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 건 벌써 10년 전이다. 2010년 18대 국회에서 ‘의사-환자 간’에도 허용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이 원격진료의 정확성과 안전성, 미흡과 책임소재 모호,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을 이유로 반대한데다 여야 간 입장 차이로 논란만 낳고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는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원격의료를 입법화하기로 합의했으나 원격의료 확대 시 의료영리화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6년에 또다시 다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으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싶어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의사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지자체 한 관계자는 “주민 반응이 좋아 시범 사업을 확대하면 좋겠지만 가급적이면 의사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한다”며 “시골에서 의사는 대부분 공중보건의들인데, 이들이 떠안고 있는 업무가 이미 많은데 원격진료라는 추가 부담까지 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시범사업 추진 과정(표=보건복지부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 그림 같은 티샷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