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도 작품하시길"…영화계, 故 윤정희 사망 애도 물결 [종합]

신정균 감독, 원동연 대표 등 추모…영상자료원도 애도
한지일 "편한 연기 이끌어주셨던 선배" 고인과 추억 회상
1970년대 트로이카…마지막 작품 '시'로 수상 휩쓸어
알츠하이머 투병…성년 후견인 지정 둔 집안 갈등도
  • 등록 2023-01-20 오후 2:10:23

    수정 2023-01-20 오후 3:29:45

지난 2016년 9월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영화배우 윤정희 특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한국 영화사의 발전을 함께한 은막의 스타, 영화배우 윤정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영화계 및 누리꾼들 사이에선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영화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던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안타까운 비보에 영화계는 슬픔에 빠졌다. 신정균 감독은 고인의 죽음에 ‘별이 졌다’고 표현하며 그를 추모했다. 신정균 감독은 고 윤정희와 생전 ‘삼일천하’, ‘효녀심청’, ‘궁녀’, ‘평양폭격대’ 등 작업을 함께한 고 신상옥 감독의 아들이다. 신 감독은 “신상옥 감독과도 많은 작품을 하셨던 여배우 윤정희 여사님, 우리 어머니 생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하셨던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결국 알츠하이머를 이기지 못하고 세상과의 이별을 고했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먼저 가신 동료 선후배 영화인들과 함께 영면하시길 바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도 SNS로 추모의 뜻을 전했다. 원 대표는 “1990년 ‘한샘’의 모델이셨고 그 광고의 조감독으로 선생님을 뵈었다”고 고인과의 첫만남을 회상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님의 ‘시’ 시사회장에서 만나 그 인연을 말씀드리니 ‘꼭 작품 같이 해요’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지만”이라고 덧붙이며 비통한 심정을 덧붙였다.

원로배우 한지일 역시 자신의 SNS에 “대배우 선배들과 연기를 한다는 게 참 힘들었던 저에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 선배님”이라며 “‘죽는 날까지 영화를 하시겠다’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시고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셨다. 파리에 계시면서도 늘 영화배우의 끈을 놓지 않고 귀국 때마다 영화 배우 선후배들과의 만남, 영화계 큰 어르신인 신영균 선배님과 동료 배우들과의 교우를 끊지 않으셨던 선배님”이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하늘나라에서도 그토록 사랑하셨던 영화 많이 많이 출연하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영화 기관들도 애도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공식 SNS 계정에 “배우 윤정희 님께서 별세하셨다”며 “‘청춘극장’(1967)부터 ‘시’(2010)까지 28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마지막 영화로 많은 여우주연상을 받으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1944년생인 고인은 지난 1967년 12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출연한 영화 ‘청춘극장’으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대종상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 신인상 트로피를 8개나 쓸어담으며 주목을 받았다.

고인은 특히 문희, 남정임과 함께 ‘충무로의 트로이카’로 불리던 1970년대 대표 여배우다. 데뷔 이후 7년 동안 무려 300편에 가까운 영화에 출연했다. ‘안개’, ‘장군의 수염’, ‘독 짓는 늙은이’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며 연기력까지 인정받아 대종상영화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여러 곳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전성기 시절 엄청난 인기로 ‘은막의 여왕’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왕성히 활동하던 중 돌연 학업에 매진해 유학길을 떠난 적도 있다. 그는 1974년 돌연 프랑스 유학길에 오른 뒤 파리 제3대학에서 영화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1976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의 결혼으로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다만 결혼 이후에도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연기에 대한 꾸준한 열정을 보였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출연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지만, 16년 만인 지난 2010년에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통해 화려하게 귀환했다. ‘시’는 당시 칸 영화제 각본상까지 수상했다. 윤정희는 이 작품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인생 마지막 여우주연상, 각종 공로상들을 휩쓸었다.

다만 ‘시’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고인이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연기 활동이 더 이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19년 언론 보도로 그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악화됐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다. 당시 남편인 백건우는 이에 대해 “사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은 뉴스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이제는 더 숨길 수 없는 단계까지 왔고 윤정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다시 화면에 나올 수도 없는 거고 해서 알릴 때가 됐다 생각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20년에는 윤정희의 동생들이 ‘백건우가 치매에 걸린 윤정희를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백건우가 윤정희 동생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섰다.

급기야 프랑스 및 한국에서 윤정희의 후견인 지위를 둔 법적 다툼까지 빚어졌다. 당시 윤정희의 성년후견인은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였다. 백진희는 프랑스 법원에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어머니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해 승인을 받았고 2020년 국내 법원에도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이 딸 백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동생들은 2심 결과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하지만 성년후견 대상인 윤정희가 사망하면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사건은 추가 심리 없이 각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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