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큰손'②] '회전문 관객' 멤버십카드로 관리

'큰손' 마케팅
1회차 공연…VIP 약 10% 차지
재관람 할인·생일쿠폰 등 제공
좋은좌석 우선예매 혜택
대형공연장, VIP 밀착 의전
일반인과 라운지 따로 둬
  • 등록 2015-02-16 오전 6:37:10

    수정 2015-02-16 오전 9:13:28

뮤지컬 ‘원스’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라운지에서 ‘원스’를 4번 이상 관람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미니콘서트를 열었다. 단 30명만을 위한 무대가 펼쳐졌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김미경·이윤정 기자] 10만원을 훌쩍 넘는 중앙블록 7열 이내 자리를 고집한다. 티켓판매 온라인사이트 예매창을 수시로 드나드는 것은 물론 일자별 출연배우와 좌석정보를 숙지하는 데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게다가 한 달에 최소 10회 이상 공연장을 찾는다면, 월급의 절반을 공연 보는 데 쏟는다면 ‘광팬’이 확실하다. 이들은 비싼 티켓값을 지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데다가 좋은 자리 찾는 법도 18단 고수다. 6년간 광팬으로 살았다는 한 블로거는 모아둔 티켓을 쌓았더니 높이만 7㎝에 달하더라고 고백한다.

이처럼 공연계를 지탱하는 골수팬은 얼마나 될까. 공연계에서 보는 마니아층은 어림잡아 회당 전체 관객 중 약 10% 선. 이 가운데 한 달에 10회 이상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보는 진짜 골수 광팬은 5% 내외로 보고 있다. 뮤지컬평론가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에 따르면 배우 조승우가 무대에 섰던 2005년 초연 당시 뮤지컬 ‘헤드윅’부터 이 같은 광팬 개념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2~3년 전부터 한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회전문 관객’이 눈에 띄게 늘면서 같은 작품을 10번 이상 본 관객도 상당수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공연계는 이런 ‘큰손’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 재관람 할인이나 DM(전단) 발송 등 고객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골 확보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만큼 큰손 고객 유치는 물론 이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계산에서다.

◇기획사는 공연별 관리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라운지에서 작은 공연이 열렸다. 뮤지컬 ‘원스’를 4번 이상 관람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미니콘서트다. 단 30명만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원스’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의 VIP 관리는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2000년부터 ‘신시안’이라는 회원제를 운영 중이다. 작년 기준 회원 수는 13만 8418명. ‘1년 100만원 이상, 신시공연을 전부 관람한 자’에 한해 VIP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최대 15% 할인에 공연정보 메일링, 프로그램 1회 교환권, 생일 반값 쿠폰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게다가 티켓구매액의 2%를 적립, 좋은 좌석을 우선 예매할 수 있다.

또 다른 공연제작사인 설앤컴퍼니와 오디뮤지컬컴퍼니, EMK는 공연별로 고객관리를 한다. 설앤컴퍼니 관계자는 “팬층이 두꺼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정식 멤버십카드를 도입했다”며 “회원제가 아닌 공연별로 관객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EMK나 오디뮤지컬컴퍼니도 별도의 회원제를 운영하진 않는다. 한 관계자는 “과거 회원제를 운영했지만 지금은 재관람 할인 정도의 혜택만 주고 있다”면서 “회원이라는 이유로 명당자리를 선점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불만이 거세 회원제를 없애고 공연별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정식 멤버십카드를 발급해 앙코르공연 때마다 누적된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사진=설앤컴퍼니).


◇대형공연장, 3억원 후원회원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대형공연장의 VIP 규모는 상당하다. 3억원부터 300만원짜리 후원회원부터 2만 5000원부터 10만원까지 연회비 유료회원 등이 있다. 세종문화회관 측은 “통상 공연의 10% 내외가 VIP 회원인데 씀씀이가 큰 이들은 대부분 소문 없이 조용히 보고 간다”며 “연락을 미리 해올 때만 관련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안내하는 등의 의전을 한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모든 공연을 즐겨보는 편. 그중 클래식과 뮤지컬 마니아가 많다. 최근 들어선 오페라와 발레 쪽이 느는 추세다.

예술의전당에선 후원·회원등급에 따라 다른 예우를 한다. VIP와 후원회원 라운지를 따로 두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는다. 공연 전 리셉션을 진행하는 용도다. 한 관계자는 “370명 정도가 후원회원인데 클래식 공연을 많이 찾아 연간 20회 이상씩은 관람한다”며 “특히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에 많이 참석한다”고 말했다.

극장별 VIP 혜택은 다르지 않다. 등급별 차이는 있지만 10~30% 공연할인, 예매 수수료 면제, 정기 안내메일, 무료주차권, 프로그램북, 티켓우편발송, 발간 책자 1년 제공 등이다.

◇외국에 비하면 처우 미흡…호갱님 전락 지적도

공연장이나 기획사가 이렇게 회원관리를 한다고 해도 외국에 비해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비싼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는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밀착 의전을 받는 후원회원을 제외하곤 기껏해야 몇% 할인해 주는 정도로 혜택이 너무 적다는 게 공연계의 전언이다.

자칭 뮤지컬 광팬이라는 임모(28) 씨는 “연중 200회 정도 공연을 봐 쓴 돈만 수천만원”이라며 “일부에서 재관람시 할인을 해주기도 하는데 조기 예매하거나 신용카드 제휴, SNS 이벤트 등의 각종 할인을 적용하면 일반 관객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어 “뮤지컬 ‘드라큘라’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인기공연은 이마저도 없어 호갱으로 전락하는 꼴”이라며 “스타캐스트에 제작비 다 쓰고 정작 왕인 손님은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억울해했다.

지혜원 공연평론가는 외국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국의 경우 극장 측에서 카드사나 유통사처럼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객이 혜택을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돼 있다”며 “국내 공연계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객 파이를 키우는 마케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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