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페퍼저축은행, 2년간 1100억대 불법대출 취급

모집인이 조작한 서류 기반해 대출
사업자대출 증가액의 13%가 불법
대규모 작업대출...중징계 내려질듯
  • 등록 2022-09-21 오전 6:10:00

    수정 2022-09-21 오전 6:10:00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저축은행 업계 5위인 페퍼저축은행이 지난 2년여간 1100억원대 불법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대출은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대출모집인이 서류를 조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주는 수법이다. 업계에서 대규모 불법대출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대출 용도, 사업 목적인 것처럼 서류 조작”

20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융감독원은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벌인 수시검사에서 이 회사가 2020년 4월부터 올해 5월 초까지 1100억~1200억원 규모의 작업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4일부터 5월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를 진행해 작업대출을 적발(본지 7월14일 ‘[단독]페퍼저축은행 불법대출 적발…개인을 사업자로 둔갑’ 기사 참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페퍼저축은행은 조작된 서류를 기반으로 개인사업자 대출을 취급했다. 사업자 대출은 자금 사용처가 사업 목적이어야 하며, 빌린 돈은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대출모집인들은 대출이 실행될 수 있도록 전자세금계산서, 입·출금 거래내역서 등 대출금 사용증빙 서류를 위·변조한 것으로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특히 더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던 가계대출을 모집인이 먼저 갚고, 사업자 대출이 실행되면 상환자금과 함께 작업대출 수수료까지 받는 수법도 썼다. 페퍼저축은행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했고 담보인정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몇 년간 개인사업자 대출을 크게 늘리며 성장했다. 이 회사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3월 말 9544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조8391억원으로 93%(884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55%)의 2배 가까운 속도다.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8847억원) 가운데 불법 작업대출이 약 13%에 달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금감원, 저축은행 줄줄이 검사 가능성

이번 적발 건은 1000억원이 넘는 대규모여서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간 소액의 작업대출이 적발된 적은 있지만 1000억원이 넘는 불법대출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7월 초 저축은행 CEO(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대출심사 및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에 대한 점검 강화를 요청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잠정 결론 낸 이번 작업대출에 대한 보정 작업을 거친 뒤 올해 말 최종 결론을 내리고 징계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대출모집인이 사업자의 가계자금을 먼저 갚은 뒤 사업자 대출을 타낸 것과 관련해 모집인이 서류를 위·변조해 막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대출 신청 시점에 서류상으론 모두 적법했다”며 “차주와 모집인 계좌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모집인은 해촉 등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용도 외 유용(사업자 대출로 받아 개인 용도로 유용)에 대해선 “사후 모니터링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사후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작된 서류를 적발하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금감원 내에서 나왔다. 실제로 한 저축은행은 내부 감사에서 대출모집인이 가계 신용대출 취급을 돕기 위해 소득증빙서류와 재직증빙서류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 지난달 말 금감원에 보고하기도 했다. 금감원 한 직원은 “1100억원대 대출을 취급하는 동안 회사가 불법 과정을 파악하지 못한 점도 큰 잘못”이라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19일 애큐온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수시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이 회사 검사를 벌여 주기상 내년 초 검사에 나서야 하지만, 사업자 대출이 눈에 띄게 늘어 작업대출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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