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개미군단의 동학운동에 거는 기대

  • 등록 2020-03-18 오전 4:00:00

    수정 2020-03-18 오전 4:00:00



[이데일리 권소현 증권시장부장] ‘개미군단 힘겨운 떠받치기’(1997년 11월12일자)‘ 증권가의 의병 개미군단 500선 지탱 1등공신’(1997년 11월13일자) ‘주식 선물옵션시장 개미군단이 이끈다’(1997년 11월24일).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1997년 11월 신문을 장식한 기사 제목이다. 그해 중순 800선 가까이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500선까지 떨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바닥이라고 보고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을 던지기 바빴고 이를 개미들이 받아줬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 신청 이후 코스피지수는 이듬해 6월 300선 밑으로까지 떨어졌고 개미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다르지 않다. 미국 투자은행(IB)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 시작됐 게 2008년 9월이다. 그 해 6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이 12조7300억원어치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1조7500억원어치 사들였다. 연초 18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는 리먼 파산 이후 1000선대로 고꾸라졌다. 역시 개미의 완패였다 .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을 의미하는 ‘개미군단’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9년이다. 1987년 200선이었던 코스피지수가 1000선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시골에서 논 팔고 소 팔아 주식을 사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생기면서 ‘개미군단’을 형성한 것이다. 당시 포항제철(포스코), 한국전력, 국민은행, 전기통신공사(KT) 등 국민주 공모 열풍이 분 것도 개미군단의 조성에 일조했다. 그러나 증시 역사를 놓고 보면 개미군단은 상처투성이었다.

위기의 공포가 엄습해오고 있는 요즘, 개미군단이 다시 나섰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1월20일 이후 현재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3조원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매물을 받아주면서 힘겹게 버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개미군단의 등장을 두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동학운동은 조선 고종 때 평등사상을 주창하는 동학교도 전봉준이 반봉건·반외세를 내걸고 일으킨 민란이다. 이때 민초들이 뭉쳐 외세에 저항했던 것처럼 개미들이 끝없이 주식을 사면서 외국인이 패대기치는 한국 증시를 지키고 있다는 뜻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관심은 개미군단이 이번에는 과연 승리할 수 있을 것인가다. 당장은 개미의 실패로 보인다. 올 들어 22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1600선까지 수직낙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게 본다면 개미에게 다시 없는 기회일 수 있다. 버틸 수 있다면 말이다. 최근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국 시장에 외국인이 1조원 이상 매도한 적이 이때까지 총 10번 있었는데 모두 60일 이후 플러스(수익)가 났다는 통계를 들면서 2015~2018년 부동산 호황 때 자산을 못 늘렸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동학운동은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훗날 우리나라가 근대국가로 들어서게 된 갑오개혁의 씨앗이 됐다. 이번 동학농민운동을 계기로 한국 증시가 외국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개미를 비롯한 여러 수급주체가 균형을 이루는 선진 시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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