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rd SRE][Cover]②강원도가 쏘아 올린 공…레고랜드 사태에 채권시장 ‘살얼음’

레고랜드 사태…10명 중 8명 지자체 책임감 부족
“도지사 안일한 생각과 비경제적인 의사 결정”
레고랜드 디폴트 연내 상환에도 PF ABCP 얼음판
제2금융권 부동산 PF 우발채무 리스크 가장 커
  • 등록 2022-11-21 오전 8:23:00

    수정 2022-11-21 오전 8:23: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선출직 지방자치단체장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사태 전개 과정에 대한 안일한 생각과 비경제적인 의사 결정이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불이행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뢰가 근본인 금융 계약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정치인의 정치적인 의사 결정입니다. 강원도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 외에 다른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채권시장을 살얼음판으로 만든 레고랜드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답이다.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은 2011년 9월 강원도가 영국의 멀린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춘천에 레고랜드를 짓기로 투자합의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11년 동안 사업 진행이 중단되기도 했고 자금조달 난항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는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의 대출을 기초로 발행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 하루 전인 지난 9월 28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GJC에 대해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해할 수 없는 지자체 결정…김진태 책임론도

레고랜드 개발이 본궤도에 오른 2020년 GJC는 레고랜드 코리아 개발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 규모로 ABCP를 발행했다. 당시 BNK투자증권이 ABCP 발행 주관사로 SPC의 자산관리자를 맡았다. 특히 강원도는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상실(EOD) 등의 사유 발생 시 ABCP의 상환재원 마련을 위해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지급금을 지급할 것을 약정했다.

하지만 아이원제일차 기초자산인 대출채권의 의무조기상환일인 지난 8월 29일까지 대출약정상 대출 원금이 전액 상환되지 않아 SPC에 대한 강원도의 지급금 지급 의무 이행 사유가 발생했다. 이에 ‘레고랜드 개발사업 토지매매 관련 합의서’에서 정한 지급금 지급일에 지급금 지급 의무를 이행할 것을 강원도에 통지한 바 있다.

아이원제일차는 같은 내용의 이행 통지를 9월 28일에도 했다. 이후 대출채권의 만기일(2022년 9월 29일)이 도래했으나 해당 일자까지 대출원금이 변제되지 않았고, 대출약정상 EOD가 발생해 아이원제일차가 GJC와 강원도에 EOD를 통지함에 따라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이 상실됐다.

결국 강원도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는 대신 GJC에 대한 법원 회생을 신청하면서 해당 ABCP에 대한 차환 발행을 포기하기로 했고, 결과적으로 아이원제일차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SRE자문위원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지자체가 보증한 채권의 불신이 커졌고 PF 시장의 리스크 확대는 물론 부동산 대출 시장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금리 상승으로 채권 시장이 얼어붙는 시기에 이해할 수 없는 지자체의 결정이다”고 지적했다.

33회 신용평가전문가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에서도 레고랜드 PF 채무불이행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최대 2개 복수 응답)에 총 239표 가운데 170표(71.1%)가 ‘지급 보증을 선 지자체의 책임감 부족’이라고 답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CA)의 경우 74.3%에 달하는 55표가 지자체의 책임감 부족에 표를 던졌다.

이외 ‘유동화증권의 상환 안전성 점검 체계 부족’이 32표(13.4%)으로 뒤를 이었고 ‘수권 절차 마련 과정에서 주관사의 부실 관리’가 18표(7.5%),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초자산 부실화’가 8표(3.3%) 순이었다.

주관식 답변을 통해 한 응답자는 “강원도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 외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응답자는 “선출직 지자체장의 비경제적인 혹은 정치적인 의사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지자체 파산법의 부재로 인해 강원도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음에도 추가적인 영향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외 △신뢰가 근본인 금융 계약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정치인(도지사) △도지사의 사태 전개 과정에 대한 안일한 생각 △금융의 정치적 이슈화 △지자체의 알 수 없는 이유 △정치적인 행동 등의 의견이 나왔다.

아울러 강원도 지급보증을 근거로 한국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ABCP 발행 당시 기업어음 최고 등급인 ‘A1’을 부여한 것에 대해 적정했다고 판단하느냐에 대한 5점 척도(매우 그렇다 5점~전혀 그렇지 않다 1점) 질문에 응답자들은 3.53점을 줬다. CA들은 3.62점을 비CA들은 3.49점을 줬다.

SRE자문위원은 “회생신청 카드를 꺼내든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대부분”이라며 “지방 공사채를 투자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 성향까지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0월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PF로 빌린 2050억원에 대해 도의회 예산편성을 통해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초 늦어도 내년 1월 29일까지 상환하겠다고 했지만, 회계연도가 바뀌는 데다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한 만큼 연내 상환으로 방침을 바꿨다.

PF ABCP는 여전히 살얼음판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한 PF 대출을 올해 안에 갚기로 했고,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하고 채권시장안정펀드, 한국은행 적격매입대상증권 확대, PF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으나 PF 자금조달을 위한 ABCP 시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순천 왕지2지구 도시개발 사업 PF를 위한 ABSTB인 와이케이왕지제일차 금리는 12%를 기록했다. 같은 날 경기도 이천시 주상복합 신축사업 PF를 위해 발행된 자산유동화 ABSTB 제이드이천제일차는 9.3%에 유통됐다. 두건 모두 가장 높은 등급인 A1임에도 9% 이상에 거래됐다.

A1 등급의 PF ABSTB의 유통금리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1%대였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화증권 발행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고 금리도 껑충 뛴 것이다. 특히 민간이 신용보강을 하거나 매입을 보장한 PF ABCP나 ABSTB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다.

33회 SRE에서 레고랜드 PF 채무불이행 사태가 부동산 PF 대출 시장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4.27점에 달했다. CA들이 4.22점, 비CA들이 4.29점을 줬다. 또 금리 상승을 비롯한 비우호적인 환경에 부동산 금융 건전성 부담이 어느정도로 크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평균 4.31점에 달했다. 이와 함께 PF 우발채무 비율이 늘어난다면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3.79점으로 나왔다.

다만, 레고랜드 사태 외에 지방자치단체가 신용 보강한 P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의 상환 안정성에 대한 리스크가 높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5점 만점에 3.50점을 줬다. CA들은 3.13점에 불과했다. 반면 부동산 PF 기반 ABCP 등 시장 전반에 유동화증권 관련 신용 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판단하는지에 대한 5점 척도 질문에는 3.98점을 줬다. CA들은 3.90점을, 비CA들은 4.01점이나 줬다.

부동산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가장 높은 업종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이 전체 203명 가운데 119명(58.6%)으로 가장 많았다. 증권사가 43명(21.2%)으로 뒤를 이었고 건설사 20명(9.9%), 부동산 신탁사 17명(8.4%) 순이었다.

한 응답자는 “저축은행과 신탁사, 중견 이하 건설사, 소형 증권사 등으로 업종 내에서도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권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33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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