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아빠만 믿어"…세습 노리는 '아들 바보' 대통령

[글로벌스트롱맨]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자
'조코위 숙적' 프라보워, 러닝메이트로 조코위 장남 선택
부통령 후보·당대표 아들, 시장 사위…화려한 조코위 왕조
  • 등록 2024-02-10 오전 9:00:00

    수정 2024-02-15 오후 1:23:24

세계엔 다양한 지도자가 있습니다. 같은 정치를 두고도 누군간 독재, 누군간 강력한 카리스마로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쎈캐(스트롱맨)’들을 통해 그 나라를 보고 한국을 돌아봅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1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인도네시아 대선은 특이한 선거다. 현직인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자신이 속한 투쟁민주당이 아닌 야당인 ‘위대한 인도네시아 운동당’(그린드라당) 소속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프라보워는 조코위와 두 번이나 대선에서 맞붙은 숙적이다. 프라보워 측은 조코위가 공산주의자라거나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다는 등 가짜뉴스로 그를 괴롭히기도 했다. 조코위도 지난 대선 과정에서 동티모르 학살과 민주화 운동 탄압 등 프라보워의 흑역사를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악연을 뒤로하고 조코위는 명목상으론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선거를 한 달 앞두고 프라보워를 불러 식사를 함께하는 등 지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조코 위도도(오른쪽)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그린드라당 대통령 후보.(사진=AFP)


대권 3수 노리는 프라보워-영향력 연장 노리는 조코위, 오월동주

두 사람이 손잡게 한 주역은 조코위의 장남이자 프라보워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다. 1987년생인 기브란은 팬케이크 등을 파는 외식업체를 운영하다 2021년 수라카르타 시장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다. 아버지 조코위 역시 2005~2012년 수라카르타 시장을 지낸 바 있다.

이런 기브란에게 프라보워가 손을 내밀었다. 대권 3수째인 프라보워가 당선되기 위해선 지지율 70%가 넘는 조코위의 도움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자야디 하난 인도네시아여론조사연구소 전무는 “지브란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조코위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프라보워가) 원하는 건 조코위의 지지다”고 인도네시아 콤파스TV에서 말했다.

인도네시아 헌법이 3선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조코위도 아들이 부통령이 된다면 정치적 영향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아들의 부통령 후보 지명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조코위는 정당 간 연합에 달렸다면서도 “자식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하는 게 부모의 임무”라고 말했다. 투쟁민주당 총재를 맡고 있는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과 조코위가 당과 국정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것도 조코위가 야당을 밀어주는 배경이 됐다.

프라보워(왼쪽)와,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부통령 후보.(사진=AFP)


‘조코위 매부’ 헌재소장, 꼼수로 처조카 대선길 열어줘

올해 36세인 기브란이 당선된다면 인도네시아의 최연소 부통령이 된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인도네시아 헌법은 40세 이상이 돼야 정·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브란은 어떻게 출마하게 된걸까. 후보 등록 직전에 인도네시아 헌법재판소가 선출직을 맡은 경험이 있다면 40세가 안 되더다도 정·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헌법 소원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청년의 정치 참여 활성화를 명분으로 들었다. 이 같은 결정을 주도한 사람이 당시 헌법재판소장이자 조코위의 매제였던 안와르 우스만이었다. 기브란은 고모부 덕분에 헌법까지 무력화하며 부통령 자리에 도전할 수 있었다.

조코위 일가가 단순히 2세 정치인을 배출하는 걸 넘어 ‘조코위 왕조 만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기브란뿐 아니라 조코위의 둘째아들 카에상 팡아렙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연대당 대표에 선출됐다. 일각에선 조코위 일가가 투쟁민주당에서 징계를 받을 경우 인도네시아연대당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코코위의 사위 바비 나수션은 인도네시아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메단시장을 맡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트마자야대학의 요에스 케나와스는 동아시아포럼 기고에서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동칼리만탄으로 옮기는 등 미완성 사업을 고려하면 조코위는 가문의 유산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이런 맥락의 기브란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조코위가 정치적 왕조를 유지하려는 노력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의 벤 블랜드도 “대통령이 궁궐을 떠나면 권력과 영향력이 급속히 약해지는데 조코위는 그런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사진=AFP)


◇‘목수의 아들’ 조코위, 정치왕조 창업주 되나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서민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조코위의 그간 행적과 상반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인도네시아 정치는 몇몇 가문이 좌우했다. 여당 대표인 메가와티는 인도네시아의 국부 수카르노의 딸이며, 수카르노의 외손녀이자 메가와티의 딸 푸안 마하라니는 하원의장을 지내고 있다. 프라보워도 30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해 온 독재자 수하르토의 사위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의 아들 아구스 하리무르티 유도요노는 42살 나이에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됐다.

이런 구도 속에서 목수의 아들 조코위는 자수성가 서사를 앞세워 기성 족벌정치인을 제치고 대통령까지 올랐다. 이제 조코위는 과거 자신이 비판했던 이들의 뒤를 밟으려하고 있다. 조코위의 측근들은 대통령 주변에서도 겸손한 정치적 아웃사이더에서 뻔뻔스런 정치적 엘리트로 변신한 조코위를 걱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사나 자프리 호주국립대 연구원도 “조코위는 아웃사이더 이미지 때문에 인기가 많다”면서 그가 다른 정치 명문가의 행위를 답습하려 한다면 지지자들을 실망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코위와 프라보워, 기브란의 그림이 그려진 선거 포스터.(사진=AFP)


◇“나라 걱정했던 조코위, 이젠 가족을 더 생각”


현재로선 프라보워-기브란에 집권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주 로이모건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라보워는 43% 지지율을 얻어 2위인 프라노워(30%)를 10%포인트 넘는 격차로 앞서고 있다. 조코위 지지층 중 다수가 여당 후보인 간자르 프라노워 후보가 아닌 프라보워를 지지한 덕이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권력을 쥐려는 두 정치 족벌들의 야합이 성공할 수 있을지 판가름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주간지 템포는 “왕조를 창건하려는 조코위의 열망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가 제도를 남용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는 아들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국가 기관을 동원하고 상식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한때 조코위를 지지했던 노점상 조코 스기야르토는 “예전에 그는 국가를 더 많이 걱정했지만 이젠 자기 가족을 더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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