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고 까다롭다.” 사우디아라비아 투자시장의 분위기를 묻자,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분위기를 뚫고 투자 유치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국내 스타트업과 운용사(GP)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수니파 수장국인 사우디를 거점으로 하면 다른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중동 진출의 거점 국가로 사우디가 흥할지 업계 관심이 고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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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B 업계와 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하지만, 정작 투자 유치나 네트워크 구축에 애를 먹는 사례가 빈번하다. 비교적 최근에야 개방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탓에 보수적이고 까다로운 분위기에 적응하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페블스퀘어는 사우디 컨설팅 기업 클러스터와 이달 초 조인트벤처(JV)인 클러스터 AI랩스를 설립했다. 클러스터 AI랩스는 최근 현지 벤처캐피털(VC)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JV 지분의 25%를 지닌 페블스퀘어는 총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
이충현 페블스퀘어 대표는 “JV를 설립하고 투자를 유치하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며 “네트워크가 강하고 라이선스를 획득한, 투자 라운드를 관리해줄 수 있는 현지 파트너와 함께해 가능했다”고 전했다.
또한 숙박·레저 시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테크 기업 H2O호스피탈리티는 사우디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 전문기관 NTDP와 인큐베이팅, 기술지원, 투자 유치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액셀러레이터(AC) 씨엔티테크는 사우디 주요 창업보육 기관 및 회사들과 국내 스타트업이 사우디에 빠르게 진출해 적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중동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PIF를 보유한 국영기업 사나빌 인베스트먼트와의 구체적 협력에 대한 밑그림을 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가 단위로 사업 펼치는 사우디를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 컨설팅 기업들이 맹렬히 공략하고 있다”며 국내 투자 업계 역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투자부가 허가를 해야 투자가 이뤄지는 구조”라며 “탈 석유 정책으로 경제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 만큼 지식재산권(IP)·기술 이전이나, 현지 인력채용 등 요구 조건을 충족하느냐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투자부가 허가를 내린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