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있는 김 부장에게 좁은 이코노미 클라스에 10시간이 넘게 앉아 있어야 하는 장거리 비행은 언제나 힘든 일이다. 오랜만에 가는 출장이라 더 피곤했는지, 귀국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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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평소와 달리 오른발의 부기가 가라앉기는 커녕 더 심해져 있었다. 하지만, 발이 부은 것 정도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서 불편한 대로 출근을 하려고 부산히 움직이고 있는데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숨을 들여쉬고 내쉬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은 답답함이 점점 심해졌다. 눈앞이 캄캄해 지는 느낌도 나고, 그대로 출근하기 어려워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서 근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 도착해 상황을 설명하자 의료진들이 부산히 움직이더니, 응급으로 CT를 찍어야 한다고 한다. CT실 까지 심각한 얼굴로 따라온 의사는 CT 영상을 바로 확인하고, 폐동맥의 대부분이 피떡(혈전)으로 막혀있는 ‘심한 폐색전증’이라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한다.
‘폐색전증’이라는 병은 폐동맥이 커다란 피떡에 의해서 막히는 병이다. 혈관 안에는 혈액이 뭉치지 않도록 하는 여러가지 물질들이 있고 혈액이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혈전이 생기는 일이 드물 뿐 아니라, 더구나 폐동맥처럼 큰 혈관을 막을 수 있는 거대 혈전은 생기기 어렵다.
하지만 다리에 있는 정맥은 크기가 크고, 중력 때문에 혈액이 이동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혈전이 생길 수 있는 부위이고, 더구나 비만이 있어서 복압이 높거나, 오랫동안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경우에는 다리 정맥에 혈류 속도가 현저히 느려져서 혈전이 생길 수 있다. 비만인 사람이 비행기 이코노미 클라스로 장시간 비행을 하는 경우에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이코노미 클라스 증후군’이라고도 부른다.
장시간 다리를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이코노미 클라스 증후군’에서만 생기는 것은 아니고, 정형외과에서 다리 수술 받거나 기브스를 해서 다리를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다. 또 외상으로 인해서 다리 정맥에 손상이 생기는 경우에도 다리 혈관에 혈전이 생길 수 있다. 양쪽 다리 중 한쪽만 붓는 비대칭적인 부종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찾아서 정맥 혈전여부를 판단 받고, 조기에 항혈전제를 투약 받아서 하지 정맥혈전이 폐색전이라는 무서운 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