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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진 사례를 참조할만하다. 미국에선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흔하다. 도대체 가능한 스토리인가 반문할 수 있겠지만, 실제 미국 연금가입자의 3% 정도가 은퇴할 때 백만장자가 된다. 미국 성인의 8% 정도가 백만장자라고 하는데 퇴직연금의 기여도가 적지 않은 셈이다. 대기업 임원이나 투자전문가가 아닌 일반 근로자가 백만장자가 되는 마법의 미국 퇴직연금, 그 비밀은 무엇일까.
먼저, 파격적인 세제혜택이다. 미국은 매년 2만2500달러(약 3천만원)까지 DC 불입액에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도까지 근로기간 25년간 불입하면 평균 5% 수익률만 내도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된다. 공제한도가 900만원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사용자가 매년 납입해 주는 후불임금성 퇴직금(2021년 평균 527만원)을 고려해도 미국과 동일조건으로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서는 연간 1600만원을 추가 납입해야 한다. 지금보다 공제한도를 늘리지 않고서는 더 오래 일하거나 더 공격적으로 연금자산을 운용해야 퇴직연금 백만장자 탄생이 가능한 셈이다.
무엇보다 높은 운용수익률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DC형 연금의 평균 수익률은 5.2%였다. 두 차례의 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자본시장의 기반위에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디폴트옵션 등 선진화된 퇴직연금제도를 갖추면서 높은 장기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률은 2%정도에 불과하다.
결국, 수익률 여건이 개선돼야 우리나라도 퇴직연금 백만장자가 탄생할 수 있다. 높은 수익률은 전문적인 연금자산배분이 가능한 운용체계를 갖출 때 가능하다. 투자한도 등 운용규제를 폐지하고 전문적 자산배분을 가능케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퇴직연금을 국민연금이 운용토록 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국민연금 재정에도 다층연금체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연금의 양호한 수익률 역시 기금형 제도가 정착된 결과이다.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로 인해 자본시장의 전문성이 퇴직연금자산 운용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낮은 수익률의 원인이다. 퇴직연금에도 국민연금처럼 정부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기금형 제도를 도입할 때 퇴직연금 백만장자는 비로소 가까운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