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폭망한 자유한국당, 살아남고 싶다면…

  • 등록 2018-06-30 오전 9:00:00

    수정 2018-06-30 오전 9:00:00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의원총회 후 로텐더홀에서 자유한국당에 등을 돌린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를 치르며 여론조사업체만 ‘조작’이라고 억지 부린 게 아니다. 언론에도 막장대응으로 일관했다.

좀 불리하다 싶은 보도는 무조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이의신청을 내기도 했다. 언중위는 양자간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짜고짜 제소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하지만 한국당은 ‘강하게 대응하니 언론도 움찔한다’며 만족해했다.

지방선거 로고송으로 HOT의 ‘캔디’ 저작권이 문제됐을 때도 언론사 수십 곳을 무더기로 언중위에 제소했다. 이데일리 역시 팩트체크 해당기사로 언중위에서 원저작자 취재 내용 등을 설명했고, 대응논리가 없는 한국당은 그 자리에서 소송을 취하했다. 또 한국당에서 이의신청한 지리멸렬한 야당을 언급한 지방선거 전망 기사도 여심위에서 이유없음으로 기각됐다.

이는 한국당의 평소 대응방식이 얼마나 후진적인지 말하기 위함이다.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거나, 강압으로 상대를 누르려고 하는 바로 그 의사결정 방식 말이다.

6.13 지방선거에선 왜곡됐다고 주장한 여론조사 결과처럼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로텐더홀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며 무릎꿇는 쇼를 했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다. 홍준표 대표가 물러난 것 말고는 구성원 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친박계와 복당파로 나뉘어 치열한 권력투쟁중이다.

이러니 전문가들도 한국당에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지난해 1월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상일 전 의원은 “한국당은 해산만이 답”이라고 일갈했다. 더 암울한 것은 해산조차도 할 능력이 안 된다는 데 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상일 전 의원의 말처럼 해산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현실가능성은 제로”라며 “2020년 총선전까지 보수재건은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당이 2020년 총선 이후에 어떤 모습일까. 결국 지금 대다수의 예상처럼 50~60석의 대구경북(TK) 지역정당으로 쪼그라들까?

이쯤에서 정의당에 관심이 쏠린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지지율 3위에 올랐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결과 정의당은 사상 처음 10.1%로 두 자릿 수를 기록했다. 29일 발표된 갤럽조사 결과는 한국당 지지율(10%)과 불과 1%포인트차에 그쳤다. 지금같은 지지세가 유지돼 총선에서 정의당이 상당부분 선전하고, 한국당이 TK자민련 수준으로 축소된다면 자연스레 정당지형은 정의당 등 일부 진보 세력이 진보정당으로, 민주당이 보수정당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6년 촛불혁명이후 진행된 이념지형의 변화가 정당 지형의 변화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강원택 교수는 말한다. 가장 오래 생존하며, 자리매김한 영국의 보수당은 유연함을 가지고 있다고. 그들이 유연하게 유권자의 변화를 읽어내고 변화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변화를 질서있게 주도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간 한국의 보수는 유연함은 커녕 강직되고 경직된 특성으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대선, 그리고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며 똑 부러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그들은 보수보다 수구에 가까웠다.

한국당이 지난 30년간 우위를 쥘 수 있도록 만든 ‘지역주의 약화, 반공주의 약화, 박정희 신화 이탈’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 살아남고 싶다면 결국 죽어야 한다. 19대 대선 패배이후 지난 1년간 한국당은 혁신위원회를 두 차례나 꾸리며 변화하겠다고 했다. 구호에만 그쳤다. 한국당은 자아비판에 나섰다. “진보정당에서의 자기희생을 배워야 한다”고. 그러나 바뀌지 않았다. 다 죽어야 살아남을까 말까 한 상황이지만, 그저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쥔 당권에만 눈독 들일 뿐이다. 당권을 쥔들 결국 유권자들이 뽑아주지 않으면 다들 집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항상 당보다는 본인의 안위가 우선이던 한국당 의원들에게 고한다. 이번 선거의 참패는 내 책임이라고. 남 탓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라고. 다 버리고 비울 때 비로소 새로 채울 수 있다. 나 빼고 아니라 ‘나부터’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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