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증권시장부장] “금융감독원을 영어로 하면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잖아요. 이름 대로라면 감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곳인데 서비스보다는 칼만 휘두르고 있습니다.”
홍콩 금융가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던 한 금융사 관계자는 홍콩의 금융감독당국과 우리나라의 금감원을 비교하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홍콩에서는 금융상품을 선보이기 전에 금융사와 감독당국이 끊임없이 사전교류를 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금융소비자가 짊어져야 하는 리스크가 수익 대비 과도하지는 않은지 등을 판단하고 조율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터지면 사후적으로 감사를 하고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지운다는 것이다. 이미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이나 라임펀드 환매연기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대표는 금감원이 홍콩처럼 상시검사 체제로 가는 듯하더니 현 정부 들어서는 다시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정기검사, 종합검사 등을 부활시키며 해당 기간에 테마검사까지 한다는 것이다. 검사를 나와서는 A부터 Z까지 물어보는 바람에 실무자들 업무는 마비되기 일쑤다.
회계법인 대표를 역임했던 한 인사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꼬집기도 했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규제나 제재도 하지만 컨설팅, 자문 역할에 보다 방점이 찍혀 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금감원에서는 완장만 보였다는 것이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2주년 서면 인터뷰에서 상시 감시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임 사태 등이 안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이를 거울삼아 상시 감시체계를 보완하고 다른 쪽에서 종합검사를 해서 유기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상시 감시체계를 만든다고 해도 완장만 찬 금감원이라면 금융산업은 발전하기 어렵다. 금융사들이 원하는 감독서비스는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며 때론 조언과 컨설팅을 해주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금융사들도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인 만큼 금감원의 사고전환이 절실하다. “이러려고 분담금 냈나”라는 푸념이 나오지 않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