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사과" 일침→세월호 흔적…'빈센조'가 사회에 던진 질문 [종영]④

  • 등록 2021-05-03 오후 12:37:15

    수정 2021-05-03 오후 12:37:15

(사진=tvN ‘빈센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지난 2일 20부작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는 ‘바벨그룹’이란 대기업과 그곳의 수장인 장한석(장준우, 옥택연 분) 일당의 악행들을 통해 추악한 정경유착과 ‘자본주의의 카르텔’이 만들어낸 사회의 풍경들을 보여줬다. 특히 이 견고한 카르텔을 불태우고 처단하고자 더 지독한 방식으로 맞서는 주인공 빈센조(송중기 분) 만의 정의구현 방식은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사실 ‘악의 방식으로 악을 처단한다’는 이 드라마의 서사에 시청자들이 열광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 얼마나 만만치 않게 고단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현실의 씁쓸함을 곱씹게 만들 정도로 부조리하고 팍팍한 이 드라마의 환경 속에서 빈센조와 여주인공 홍차영(전여빈 분), 금가 프라자 사람들이 ‘복수’와 ‘반격’을 통해 끊임없이 던지는 정의와 저항의 사회적 메시지들은 ‘인과응보’의 쾌감 그 이상으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세월호 참사, 삼성 ‘반올림’ 검찰 개혁 논의 등 이미 현실에서 이뤄진 아픈 역사와 논쟁의 흔적들을 떠올리게 하는 다양한 극적 장치의 배치와 풍자, 빈센조의 복수를 통해 사회에 던진 작품의 메시지야말로 이 드라마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던 비결이 됐다는 분석이다.

‘빈센조’를 집필한 박재범 작가는 이미 전작인 ‘열혈사제’에서부터 코미디와 액션 장르에 ‘정의’라는 메시지를 녹여냈다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 ‘빈센조’는 거기에 좀 더 진화한 블랙 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특히 극 중 검찰 조직이 모두 썩은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검사에게 빈센조가 “반은 썩고 반은 먹을 만한 사과를 우리는 썩은 사과라고 한다. 썩은 사과는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먹으면 되지만, 조직은 그럴 수 없으니 더 최악”이라고 받아친 대목은 박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사회적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준 대표 사례다.

(사진=tvN ‘빈센조’)
세월호 참사의 흔적이 담겨 있는 장면들 역시 화제를 모으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앞서 ‘빈센조’ 4화에서는 여주인공 홍차영(전여빈 분)이 악당 최명희(김여진 분)의 사주로 인해 부친 홍유찬(이재명 분) 변호사가 갑작스레 트럭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어진 고인을 향한 추모 행렬 장면에서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제작된 ‘노란 리본’이 등장해 눈길을 끈 바 있다.

9화에서는 ‘빈센조’에 등장하는 악당들이 주인공을 뒤쫓는 차 번호판이 클로즈업됐는데, 이 차의 번호판이 ‘0416’으로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느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짜 4월 16일을 떠올리게 했다. 이 장면 이후 흘러나온 극 중 ‘바벨 화학’ 피해자 유가족들의 대사 역시 당시 세월호 피해자 유족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내용처럼 들린다는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정말 소시오패스들 같다. 억울한 사람들은 생각하지도 않고”라며 속상해하는 홍차영에게 피해자 가족은 “‘지겹다, 그만해라, 고인팔이 그만해라’라는 말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안 그래도 우리 넷이서 다음 주에 여행 가기로 했다. 진도 쪽으로 간다” 등 대사가 그 예다.

물론, 납치와 협박, ‘죽임’까지 불사해서라도 악을 처단하고 응징하는 빈센조의 방식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다만 다크 히어로를 내세워 통상적인 윤리에 어긋나는 방식을 적용해서라도 악의 연결고리와 부조리한 시스템을 척결하고 뜯어고치고 싶은 대중의 열망을 엿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법의 심판, 현존하는 사회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며 “‘빈센조’의 극 중 장면과 오버랩된 실제 아픈 역사의 흔적, 현실의 부조리, 악당들을 처벌하지 못한 사회에 던지는 ‘빈센조’의 질문,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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