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마약 구입,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걸까. 마약을 뜻하는 은어 몇 개를 배우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유명인들뿐 아니라 2030세대, 10대 마약사범까지 늘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SNS로 마약을 구매했다고 밝힌 익명의 구매자들이 후기를 남기며 홍보하고 있는 메시지.(사진=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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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작대기’, ‘아이스’, ‘술’ 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를 트위터, 텔레그램 등에 검색하니 마약 판매를 홍보하는 글이 수두룩했다. 연락망 수단으로 쓰이는 SNS 아이디와 함께 “술 퀄 좋다, 거래는 항상 안전이 최우선”, “직접 테스트한 내용 있는 물건만 내려 드린다, 길게 인연 맺으실 분들 언제든 연락달라” 등 문구가 적힌 사진이 있었다. ‘작대기’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작대기 팝니다’, ‘작대기아이스’ 등 연관검색어는 물론 관련 계정들도 함께 검색창에 뜬다.
실제 이들의 SNS 아이디로 연락을 시도하면 기다릴 필요도 없이 ‘칼답’이다. 이데일리가 취재차 접속해보니 “어디시죠”라고 짧게 물은 마약 판매자는 바로 ‘0.5g에 40만원’ 등 가격 안내부터 던지기 수법을 통한 거래, 무통장 입금 등 현금 이체 방법을 순서대로 안내했다. 이후 ‘던지기’할 장소도 대강 알 수 있다. 던지기 수법이란 판매자가 특정한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면, 구매자가 이를 가져가면서 직접 만나지 않고도 거래하는 방식이다. 직거래를 피해 총책 등을 경찰 수사망에 잡히지 않으려는 수법이다.
SNS엔 마약을 구매하려 거금을 보냈다가 사기당할 것을 우려하는 이들에게 직접 후기를 남긴 채팅방도 있었다. 자신을 마약 구매자라고 밝힌 A씨는 “금액 좋고 서비스 좋고 친절하고, 홍콩을 몇 번이나 왔다갔다했다”며 “시켜서 올리는 거 절대 아니고 더이상 사기 안 당하길 바라는 맘에 글 올린다”고 했고, B씨는 “여기저기 많이 사기당하고 뺑뺑이도 돌고 힘들었는데 좋은 분하고 거래 트게 됐다”며 “이제라도 진짜 물건 있는 상선 찾아 다행”이라고 ‘안심’시켰다.
이렇듯 온라인이 익숙한 2030대을 비롯해 10대까지 마약에 쉽게 노출되며 마약사범은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마약범죄로 적발된 미성년범죄자는 2017년 38명에서 2021년 180명으로 5배 늘었다. 30대 이하 마약사범은 2021년 6235명(58.9%)으로, 10명 중 6명이 청년이었다.
전문가들은 SNS 등을 활용한 유통책과 총책 단속에 더해 국내 유입 자체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마약퇴치연구소장)는 “사이버 마약 등 온라인을 활용한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들은 계속 진화해 새로운 합성마약 등을 만들어 낼 것”이라며 “정보력 싸움이고, 끝나지 않는 싸움이겠지만 마약청정국 회복을 위해 SNS와 카카오톡 등 공급망을 단절하고 치료재활도 함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밀수 조직 7명을 구속기소하며 적발한 케타민으로 약 20만 명이 투약 가능한 양이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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