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서울대 치과병원에 '반다비' 아빠가 산다

  • 등록 2018-03-13 오후 2:54:22

    수정 2018-03-13 오후 4:42:08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사용 중인 ‘곰두리’ 종이컵(사진=독자 제공)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며칠 전 치과를 방문한 김범진(30) 씨는 스케일링을 마치고 입을 헹구다 종이컵에 그려진 곰 두 마리를 발견했다. 평소 캐릭터에 관심이 많던 김씨는 검색 끝에 그 그림이 ‘곰두리’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수호랑 아빠 호돌이, 반다비 아빠 곰두리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함께 등장한 수호랑과 호돌이(사진=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하드캐리’하던 마스코트 ‘수호랑’이 임무를 마치고 퇴직했다. 호랑이를 모델로 한 수호랑은 이번 올림픽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1988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도 덩달아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두 마스코트가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30년을 ‘한 세대’라고 말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빠와 아들이 손을 잡고 입장한 셈이다.

올림픽 직후 개막한 패럴림픽에서는 ‘반다비’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달곰을 모델로 한 반다비는 둥글둥글한 외모에 귀여운 눈을 가진게 특징이다. 반달곰은 1988년 패럴림픽 때도 마스코트 모델이었다. 곰두리가 그 주인공이다. 두 마리의 곰이 2인 3각을 하는 모습으로 패럴림픽의 의미를 담았다. 수호랑 이전에 호돌이가 있듯 반다비에게도 곰두리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회식에 앞서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내 블리스힐스테이에서 열린 IPC(국제패럴림픽위원회) 집행위원 소개 행사에 참석,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인 3각’ 곰두리, 패럴림픽 끝나고도 ‘열일’

‘반다비 아빠’ 곰두리는 1988년 패럴림픽 당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1988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음료수, 카메라 필름, 문구류 등 제조업 광고 모델과 금융권(호돌이 적금통장)을 넘나들던 호돌이의 위세에 밀려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했다. ‘초대형 스타’의 등장에 곰두리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하지만 곰두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열일(열심히 일)’해왔다. 장애인 활동지원 기관인 체육센터 모델(서울곰두리체육센터)로 나서는가 하면 장애인 전문 여행사 모델로도 나섰다. 1988년 패럴림픽 당시 모습 그대로 2인 3각을 한 채로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8 서울 패럴림픽 포스터
하루 300만번 찍히는 곰두리

‘곰두리 종이컵’ 역시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을 만드는 제일산업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전체 직원의 90%가 장애인 근로자로 구성돼있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2인 3각이라는 곰두리 캐릭터의 의미와 잘 맞아 떨어진다. 하루평균 300만개의 종이컵을 만들어 공공기관과 대기업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김 씨가 서울대 치과병원에서 곰두리를 만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공공기관인만큼 납품업체 선정 시 장애인 사업장이나 사회적 기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2016년 9월부터 ‘곰두리 종이컵’을 사용하기 시작해 연간 55만개를 납품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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