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절박함이 낳은 대기업 취업학원

  • 등록 2018-11-15 오전 6:00:00

    수정 2018-11-15 오전 6:00:00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13일자 이데일리 스냅타임에서는 “대기업 취업 준비반은 148만원입니다”라는 웃지 못할 취업학원의 진풍경을 보도했다. 하반기 취업 시즌이 본격화하자 대기업 취업에 대비한 취업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내용이다. 올해 하반기 삼성, LG 등 대기업은 4만6000명에 달하는 신입직원을 선발한다. 오랜만에 취업시장에 ‘큰 장’이 선 것이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유명한 K취업학원의 대기업 정규반은 내년 상반기까지 자리가 다 찼다. 외국계 기업 준비반은 수강신청을 시작하자마자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대학생 10명중 4명 ‘취업 사교육’

아예 대기업 인사팀 출신이 운영하는 이른바 ‘삼성·LG·현대차 면접학원’까지 등장했다. 2~3년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서 성장한 이들 학원은 서울 강남에서 가장 장사가 잘되는 사설 학원으로 등극했다. 실제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 만든 취업학원은 삼성 공채로 특화해 운영 중이다. 학원 입구에는 ‘삼성은 삼성맨이 가장 잘 압니다’라는 슬로건까지 붙여 다른 취업학원과 차별화했다. 학원 강좌 이름도 ‘삼성합격PASS’다. ‘삼성합격 보장반’, ‘삼성합격 집중완성반’, ‘삼성직무적성검사(GSAT) 종합완성반’ 등으로 세분화했다. 삼성 외에도 LG와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 입사 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원들도 인기다.

취업학원의 열풍은 고액 강의료로 연결된다. K취업학원은 24회 강의에 148만원을, 외국계 기업 준비반은 10회에 78만원이다. 삼성그룹 취업 전문 학원에서는 ‘면접 첨삭’ 비용으로 1시간당 60만원을 받는다.

대기업 취업 전문학원 관계자는 “삼성맨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하는가는 삼성맨이 가장 잘 아는 것 아니냐”며 “취준생들도 부담스러운 금액이긴 하지만 컨설팅을 통해 합격에 도움만 된다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양극화 해결해야

시간당 60만원짜리 족집게 과외가 취업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은 취준생에게 ‘우문(愚問)’이다. 대기업 입사야말로 ‘절체절명’의 과제라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2700만원, 중견기업 직원 평균 연봉은 3400만원이다. 약 3.7배나 차이 난다. 삼성전자 입사가 ‘변호사 자격증보다 낫다’는 말이 괜한 게 아니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가 6만 4000명으로 9월보다는 개선됐지만, 4개월 연속 10만명에 못미치는 고용쇼크가 지속됐다. 10월 기준으로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시적으로 취업자가 증가했지만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실업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취준생들은 고액의 과외비를 들여서라도 대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 고액의 취업 과외가 성행하는 것 역시 ‘절실함’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학생 10명중 4명이 취업 사교육을 받고 여기에 연평균 215만원을 쓴다고 한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지금의 채용 프로세스는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갈수록 일자리가 양극화되고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니 취준생들의 절박한 상황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취업학원’은 더 성업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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