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선웅 연출 "슬픔을 쳐다보려면 웃음도 있어야죠"

연극 '리어외전' 8년 만에 재공연
셰익스피어 '리어왕' 재해석한 '오락비극'
부모-자식 쿨한 '첨단사회' 반영
"비상한 시절에 연극…좋은 뜻으로 봐주길"
  • 등록 2020-04-09 오전 5:30:00

    수정 2020-04-09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선웅 연출의 오락비극.’ 오는 11일 개막을 앞둔 연극 ‘리어외전’ 포스터에 떡하니 써 있는 카피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오락’과 ‘비극’의 조합이 딱 고선웅 연출스럽다는 느낌이다. 공연계 스타 연출가인 그의 작품에서는 웃긴 데 눈물이 나고 슬픈 데 웃음이 나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슬픔을 쳐다보려면 웃음도 있어야 버틸 수 있죠.” 고선웅 연출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딱히 의도하는 것은 아닌데 하다 보면 그렇게 된다”며 “그저 비극이니까 오락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선웅 연출(사진=극공작소 마방진).


‘리어외전’은 고 연출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극공작소 마방진이 지난 2012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을 랩과 같은 속사포 대사와 비극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재해석했다. 오는 11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8년 만의 재공연 결정은 고강민 극공작소 마방진 대표와 극단의 중장기 계획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오래가는 노포(老鋪), 오래가는 마방진’이라는 모토 아래 과거 레퍼토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내린 선택이었다. 초연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2012년 공연 당시 연출이 신통치 못해서 후회스러웠습니다. 마음속에 꼭 언제고 한 번은 제대로 다시 해서 미련을 털고 싶은 이야기였죠.”

‘리어왕’은 리어왕과 세 딸의 이야기를 통해 아버지와 자식 간의 도리와 예의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풀어낸다. 고선웅 연출이 주목한 것은 부모-자식 간 관계의 변화다. 그는 “요즘은 부모가 너무 오래 산다고 생각하고 부모는 자식들을 언제까지 돌봐야 하는지 생각하는, 부모와 자식 서로가 쿨한 ‘첨단 사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리어외전’은 그럼에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란다. 고선웅 연출은 “효도합시다, 사랑합시다”라는 것이 작품의 주제라고 강조했다.

8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달라진 점도 있다. 특히 15년차 극단이 된 마방진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더 좋아졌다고 치켜세웠다. 대표작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같이 작업한 배우 하성광이 리어왕 역으로 출연하는 것도 변화 중 하나다. 고선웅 연출은 “하성광 배우는 연기와 태도, 인품 모두가 훌륭한 가짜가 없는 배우”라며 “연습을 하면 할수록 리어 캐릭터에 어울린다는 느낌을 정통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만반의 대비를 갖추고 공연을 준비 중이다. 당초 예정했던 11회차 공연에서 3회차를 줄이고 체온 측정 및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그리고 객석 간 거리두기를 적용해 진행할 예정이다. 공연장을 찾기 힘든 관객을 위해 오는 14일 오후 8시에는 네이버TV를 통한 공연실황 중계도 진행한다.

고선웅 연출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연에 임하는 소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 김훈 선생의 소설 남한산성에 나오는 말입니다. 좋아하는 말이 또 있습니다. ‘그래도 연극은 올라갔다.’ 쫑파티 때 자주 생각나는 말도 떠오릅니다. ‘다 지나간다.’ 이 비상한 시절에 무슨 연극이냐 하시겠지만 매일 온도체크하고 연습실도 세 번을 옮겨 다니며 준비했습니다. 좋은 뜻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연극 ‘리어외전’ 연습 중인 고선웅 연출(사진=극공작소 마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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