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업재편 강행군..1등 굳히기

  • 등록 2000-11-25 오후 7:53:20

    수정 2000-11-25 오후 7:53:20

삼성그룹이 계열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라이벌 현대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주저앉고 대우그룹이 해체된 가운데 삼성은 재계1위 자리를 확고히 한 삼성이 잇달아 대규모 사업재편방안을 내놓고 있다. 삼성자동차 매각이후 그룹내 최대 골칫거리였던 삼성상용차는 지난 3일 청산 방침 발표이후 3주일만인 24일 대구지법에 파산선고 신청서와 회사 재산보전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역내 반발을 무릅쓰고 적자수렁에 빠진 삼성상용차를 정리키로 한 것이다.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과 지루한 줄당기기가 예고된 가운데 삼성상용차의 파산신청은 삼성이 "영토확장"에서 "수익중시"로 변신한 것을 그룹안팎에 행동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삼성상용차는 "부채가 자산을 118억원 초과한데다 회사설립 이후 누적적자가 4502억원으로 자본금 4400억원이 잠식돼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고 금융기관이 채권회수를 본격화하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돼 파산신청을 했다"고 파산신청 이유를 밝혔다. 삼성종합화학도 이날 PTA사업부문을 삼성석유화학에 양도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37.5%)을 비롯해 삼성SDI(10.3%), 삼성정밀화학(3.4%), 삼성테크윈(25.63%), 삼성전기(9.97%) 등 삼성종합화학의 주주사들은 이날 일제히 "이번 PTA사업부문의 양도는 자산매각을 통한 재무구조개선 및 외부경쟁력 확보차원"이라고 설명했다. PTA시장은 원재료가격이 상승하는 반면 제품값은 정체 상태여서 채산성이 떨어졌다. 뭔가 변신을 꾀해야 하는 시점이었다는 지적이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에 컬러필터 사업 일체를 양도한다고 밝혔다. 영업양도가액은 3600억원이다. 삼성SDI측은 비주력 사업의 구조조정 및 신규사업(PDP,2차전지)투자 집중을 위해 컬러필터 사업 일체를 양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코닝정밀유리 주식 96만주, 1155억2352만원어치를 추가 취득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에따라 삼성전자의 삼성코닝정밀유리 지분은 42.6%(102만1654주)로 늘어났다. 삼성전자는 안정적 사업수행을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자본금 240억원의 디스플레이 유리 생산 및 판매업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주식 매입은 사실상 삼성코닝에 대한 자금지원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자신탁증권은 합병했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증권은 오는 29일 주식매수청구대금을 지급하고 다음달 4일 합병등기를 할 예정이다. 삼성증권과 삼성투신증권은 지난 9월8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고 이어 10월28일 합병 주주총회를 열었다. 구조조정에는 금융부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삼성은 정부정책에 편승하고 이를 이용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삼성테크윈(옛 삼성항공)은 항공기 및 공작기계 등 비수익성 사업부문을 분리했다. 항공기사업의 경우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 빅딜에 편승해 통합법인 한국항공우주산업에 넘긴 것이다. 한국항공우주는 지난해 10월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이 공동으로 세운 통합법인이다. 삼성은 또 지난해 11월 발전설비를 한국중공업으로 이관했다. 삼성자동차도 대우자동차에 넘기려 했으나 결국 법정관리방식으로 정리했다. 삼성상용차는 정부의 2차퇴출 발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퇴출명단에 포함시키는 기민함을 발휘했다. 이헌재 전재경부 장관은 "빅딜이라는 말을 처음 쓴 곳은 삼성경제연구소였다"고 말했다. 삼성이 빅딜을 정부정책화하고 이를 적극 활용해 수익성없는 사업들을 대거 정리했음을 시사하는 얘기다.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인터넷사업부문 등의 분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사업부문은 주주들의 반대에 직면해 일단 백지화한 상태다. 그러나 시장여건이 좋아지고 주주들이 수용해준다면 언제든지 인터넷사업부문의 별도법인화 계획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초부터 한달가량 감사팀의 지원아래 인터넷, 건설 등 삼성물산 전 사업부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해 조만간 모종의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인력도 상당수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사태를 전후로 30%안팎의 인력감축을 단행한 삼성은 "이익을 못내는 회사는 정리하겠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는 인력감축 등 추가 구조조정을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구조로 이행했다. 그룹차원의 압박도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조조정 사령탑이 바뀐 다른 그룹과 달리 삼성은 이 회장의 카리스마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구조조정비용을 절감하면서도 행동은 신속히 하는 "경제적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룹내 우수인력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위기요소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제거하는 두뇌와 의사소통, 여론 장악력이 삼성의 구조조정 "역량"을 구성하고 있다. 삼성의 부실청소는 다른 그룹 못지 않게 많은 부실규모로 볼 때 당연한 과정이었다. 삼성금융계열사는 대우사태로 큰 타격을 입었다. 자동차사업처럼 과거 양적 팽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잉태한 원초적 부실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았다. 부실요소는 아직 남아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 부실요소의 악영향은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의 내년 경영구호는 "보수와 긴축"이 될 듯하다. 삼성은 지난달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20% 가까이 축소한다고 밝혔다. 시장과 정부의 압박에 앞서 그룹사령탑이 부실요인을 미리 감지해 먼저 손을 쓰는 것이 삼성그룹 구조조정의 특징이기도 하다. 삼성은 올해 실적전망과 경영환경을 따져보며 연말 연초에 환부를 찾아 수술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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