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철철' 넘쳐 예술로 피어나

포스코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전
'철이철철: 사천왕상에서 로보트 태권브이까지'
고려불상부터 송영수 조각까지
'인류문명 상징' 철작품 60여점
7월7일까지
  • 등록 2015-06-05 오전 6:40:00

    수정 2015-06-05 오전 6:40:00

한영욱 작가의 2012년 작 ‘페이스’(사진=포스코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색소폰과 콘트라베이스를 들고 연주하는 로봇이 관람객을 반긴다. 김택기 작가가 굵은 철사로 만든 ‘로보트 태권브이’ 두 점이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좌우의 스크린에 쇳물이 펄펄 끓는 용광로가 펼쳐진다. 그리고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부처상을 만나볼 수 있다. 12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하는 고려시대 철제여래좌상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내 포스코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철이철철: 사천왕상에서 로보트 태권브이까지’ 전의 풍경이다.

포항제철로 시작한 포스코는 1960년대부터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생산하며 한국 산업화의 기반을 다졌다. 1995년 포스코센터를 완공한 후 포스코미술관의 전신인 포스코갤러리가 출범했을 때 백남준은 센터 로비에 ‘철이철철: TV깔대기, TV나무’를 설치하며 “포항제철은 철 만드는 회사이니 철이 철철 남쳐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개관 20주년 기념전은 백남준의 메시지에 착안해 제목을 정했다.

철은 산업화의 근간이기도 했지만 인간문명의 상징이기도 했다. 석기와 청동기를 거쳐 철기시대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인류는 자연을 통제하고 거대한 도시를 만들어 문명을 발전시켰다. 전시장에 모인 작품들은 ‘철’이라는 공통분모로 인류문명의 시대를 관통한다.

고려 중기 철로 만든 불상, 통일신라시대의 사천왕상을 통해서는 수백년 전 철을 제련하던 장인들의 솜씨를 확인할 수 있다. 사각형을 여러 층으로 쌓아올린 방형다층누각 형태의 고려시대 철조탑에선 쇠가 지닌 독특한 질감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이후 현대로 와선 한국 금속조각 1세대 작가로 꼽히는 송영수 작가가 1959년에 제작한 ‘59-1’ 등의 추상조각을 만날 수 있다. 알루미늄판 위에 스크래치 기법과 오일 채색으로 극사실적 작업을 소화한 한영욱 작가의 ‘페이스’ 시리즈, 철사와 철망으로 입체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박승모 작가의 ‘연기’ 등도 나왔다. 고려 유물 17점과 현대작가 17인의 작품 60여점이다.

전시를 준비한 강정하 큐레이터는 “철을 소재로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며 “관람객이 철이 단순히 산업재료만이 아닌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가치를 가진 물질이란 점을 알아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7일까지. 02-3457-1655.
12세기 고려 중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철제여레좌상(사진=포스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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