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을 찾아서]한라산 노루 '멸종위기' Vs '유해동물'

노루뿔 수컷만 있고 약효 떨어진다고 알려져 남획 면해
제주서는 일제시대부터 포획 계속돼 한때 멸종위기
노루살리기 운동 덕에 2만여마리로 늘어나..농가 피해 급증
2013년부터 3년간 유해동물지정해 포획허용, 3천마리 잡혀
환경단체 "개체수 급감해 다시 멸종위기 몰릴 수도"
  • 등록 2015-05-23 오전 7:00:00

    수정 2015-05-23 오전 7:54:39

노루는 고라니 대륙사슴과 같은 사슴과다. 노루는 대륙사슴과 달리 수컷에만 뿔이 있다. (노루생태관찰원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멸종된 동식물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번주는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간의 남획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변화는 수십년 전만 해도 쉽게 접할 수 있던 동식물들마저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멸종위기 동식물들에 대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합니다.[편집자주]
[제주=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노루귀·노루발·노루삼·노루궁둥이. 노루의 신체부위를 닮아 이름 붙여진 풀입니다. 노루귀는 새싹이 돋아날 때 가는 털이 많이 난 모양이 마치 노루귀와 닮아서, 노루궁둥이버섯은 하얗고 몽실몽실한 버섯 모양이 마치 노루 엉덩이를 닮았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노루가 그만큼 친근한 동물이었기에 사람들은 풀에서도 노루의 모습을 찾아낸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루는 고라니, 대륙사슴과 같은 사슴과 포유동물입니다. 생김새도 비슷합니다. 대륙사슴은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 아름다운 뿔이 있는 것과 달리 노루는 수컷에게만 뿔이 있습니다. 암컷 노루는 뿔이 없어 고라니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송곳니가 작아 고라니와 구분됩니다. 전체적으로 몸은 어두운 갈색이고 배에 연노량색의 털이 있습니다. 엉덩이에는 흰 얼룩 반점이 있고 꼬리가 짧은 게 특징이다.

노루 뿔은 대륙사슴 뿔보다 크기가 작은데다 약효가 떨어진다고 알려진 덕에 남획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제주도에서는 일제강점기때부터 계속된 포획 탓에 1980년대에는 멸종될 지경까지 내몰렸습니다. 한라산 영물로 여겨오던 제주노루가 멸종위기에 처하자 제주도는 1987년부터 노루 살리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때마다 노루 먹이주기 행사를 하고 학생, 군인, 경찰, 도민들이 나서서 산천에 놓인 덫과 올무를 제거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노루 개체수는 2011년 2만여마리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제주노루 보호에 성공했다는 기쁨은 잠시였습니다. 늘어난 노루들이 먹이를 찾아 농가로 내려오면서 애지중지했던 노루는 순식간에 골칫거리로 전락합니다.

노루 뿔은 대륙사슴 뿔보다 작고, 녹용으로 쓰기엔 약효가 약하다고 알려져 남획 대상에서 제외됐다.(노루생태관찰원 제공)
밭에 콩을 심어 싹을 틔우면 어느새 산에서 내려온 노루떼가 이를 몽땅 먹어치웠습니다. 심으면 먹고 심으면 또 먹어치우고. 수확의 기쁨을 기다리던 농가에선 노루라면 학을 뗄 정도가 됐다고 합니다.

이처럼 제주에서 노루가 급증한 것은 노루를 위협하는 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노루의 천적인 호랑이·늑대·멧돼지 등이 오래전에 사라져버렸고 제주의 천혜의 자연조건 속에서 먹이까지 풍부하게 주어지자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급증한 겁니다.

제주에서는 노루를 영물로 여겨온 때문에 농민들은 작물 피해를 입어도 속앓이만 할 뿐 손을 쓸 생각은 못했다고 합니다. 제주도가 전라남도에서 분리돼 특별자치도로 승격한 뒤 특별법에 따라 2011년 유해동물 지정권한을 환경부로부터 넘겨받은 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농민들은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고, 제주도는 2013년 7월1일부터 2016년 6월30일까지 3년간 해발 400m 이하 피해 농경지 반경 1km 이내에 서식하는 노루에 한해 포획을 허가했습니다.

2013년과 2014년 두해만에 2960마리의 노루가 포획됐습니다. 포획 작업 초기에는 마취총으로 노루를 생포해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이송할 계획이었지만, 마취총으로는 포획이 쉽지 않아 사살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노루를 잡아들이면서 농작물 피해 신고면적은 2013년 78ha에서 2014년 61ha로 21.8% 감소했습니다. 노루가 줄어든 만큼 농가 피해가 줄어든 사실이 확인되자, 제주도는 노루의 유해동물 지정기간을 연장하거나 포획 허용 지역을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현재 제주에 있는 노루 개체수를 확인하고 있다”며 “만약 포획작업 이전보다 개체수가 1만 마리 이상 줄어들면 유해야생동물 지정을 해제해야겠지만, 아니라면 연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루 무리가 눈 속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노루생태관찰원 제공)
반면 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 등 제주지역 환경단체는 노루가 또다시 멸종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현재 제주에 사는 노루의 정확한 개체수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년 1000마리 이상의 노루가 포획되고 있는 건 위험한 상황”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오장근 제주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박사가 노루의 개체수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체수가 확인되면 이를 근거로 노루를 유해동물로 재지정할 지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오 박사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놨습니다.

“연구인력이 부족해 전체 노루수를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끝까지 해내려고 합니다. 동물도, 농민도 살아야합니다. 이들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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