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하게 M&A에도 '고발 가능'…기업활동 위축 줄여야

[공정위 형벌 과잉 논란②]
법인외 개인실무진도 고발 예고
모든 법령에 형벌조항 먼저 줄여야
"담합 등 폐해 큰 행위만 집행해야"
  • 등록 2018-01-23 오전 6:05:01

    수정 2018-01-23 오전 6:17:25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김형욱 기자] 유선 케이블방송사 현대HCN(126560)은 지난 2013년 포항종합케이블방송사 주식 97.46%를 취득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지역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방송 수신료를 물가상승률을 초과해 인상할 수 없도록 한 조건을 걸고 인수를 승인했다. 하지만 현대HCN은 이후 TV수신료를 인상했고, 공정위는 14억361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검찰 고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시정명령 불이행에 따른 제재이긴 하지만, 공정거래법에는 기업결합(M&A)에 대해서도 세계 유일하게 고발 조항을 있을 정도로 강한 제재가 담겨 있다. 원칙적으로 경쟁 질서를 현저하게 저해할 정도로 M&A를 할 경우에는 검찰 고발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매출액이 2조원을 넘는 경우 사전 기업결합신고를 하고 경쟁제한 우려가 있으면 매각 등 시정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문화된 법이라는 얘기이지만, 공정위는 M&A에 따른 미래의 경쟁 제한 우려에 여전히 형벌조항을 남겨두고 있다.

◇공정위 관할 모든 법령에 형사고발 담겨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개인고발을 강화하는 골자의 고발지침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고, 앞으로 가맹·유통·대리점법 등 유통3법에 대한 전속고발권도 점진적으로 폐지할 방침이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고발을 강화하면서 법 억지력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이지만, 사전에 거의 모든 공정위 관련 법에 담겨있는 형사처벌 조항부터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거래법에는 기업결합 제한 뿐만 아니라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경제력집중억제 행위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금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 거의 모든 조항에 형사처벌이 담겨 있다. 가맹·유통·하도급·대리점법을 비롯해 공정위 소관 법률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피해자 구제 및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과징금 등 행정조치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사처벌이 가장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우리 사회의 법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반면 외국의 경우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일부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을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표나 임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강한 위축 효과를 갖게 한다”면서 “불법 행위가 만연한 우리 현실에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보충성 원칙’을 대전제로 하고 있다. 행정제재, 민사적 수단으로도 피해구제나 재발방지가 어려울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형사처벌을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구나 공정거래법은 일반 형법과 달리 명확하게 위법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불법행위만으로 위법성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시장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여부도 판단해야 한다.

이를테면 재벌의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 및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는 불법 승계라는 문제가 있더라도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시장 경쟁을 충분히 훼손했다는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칼’에 불법으로 결론 내릴 수가 없다.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제재를 내리더라도 법원에서 번복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에 위해를 가하거나 고의성을 입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형벌과 달리 공정거래법은 위법여부를 명확하게 가르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세계 경쟁당국도 형벌은 최소화하고 과징금 징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나치게 확장된 형벌 적용대상은 축소하고 담합 등 경제적 폐해가 큰 행위에 대한 집행을 강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실효성 떨어지는 고발…행정·민사제재 강화해야

고발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엄격한 환불 약관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수정하지 않은 글로벌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아일랜드와 에온 헤시온 대표를고발했다. 하지만 약관 문제로 검찰이 기소한 경우는 손에 꼽히는 데다 기소를 하더라도 벌금형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시정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릴 경우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만, 현재 약관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도 형사처벌 조항이 과도하다는 데 동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과징금 수준이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데다 사인의 금지청구권, 집단소송제 등 민사적 수단이 미미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형벌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 이후 행정·민사·형사 수단 조율을 위한 법집행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지만, 국회 법 통과는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해외와 달리 공정거래 자율준수(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이 안착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법 위반했을 때 제재가 약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는 고발 강화가 불가피하다고는 보지만, 차츰 행정·민사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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