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영논리에 따른 피해자 ‘2차 가해’ 시정돼야

  • 등록 2020-07-14 오전 5:00:00

    수정 2020-07-14 오전 5:00:00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례가 어제 빗속에 엄수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결식은 유튜브로 생중계됐고, 고인은 경남 창녕 선산에 유골이 묻힘으로써 세상과 하직했다. 그렇다고 망자에 대한 정리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여전한 데다 다른 한편에선 고인을 모욕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망자는 땅에 묻혔어도 진영싸움은 오히려 점입가경이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업적은 업적대로 인정하되 잘못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밝혀져야 한다는 점이다. 박 시장의 비서였던 피해자의 폭로 내용에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피해자 변호인단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피해자가 4년간이나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스스로 극한 선택을 한 것도 가책을 느낀 결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에 이어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는 자체가 충격적이다.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서울시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는 등의 이유로 묵살한 과정이나 수사가 착수되기도 전인 고소 당일 박 시장에게 상황이 전달된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박 시장은 전 여비서의 고소 다음날 스스로 극한 선택을 했고,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박 시장의 사망으로 진상규명이 이뤄지기는 어렵게 됐지만 피해자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는 사태를 확대시킬 뿐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여권 인사들까지 막말을 해대며 2차 가해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 중진들이 “너무 맑은 분이기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죽음을 택했을까”라는 등의 발언으로 고인을 미화하는 자체가 피해자로서는 또 다른 아픔이다. 이순신 장군의 관노 얘기까지 거론하며 피해자 신상털기에 몰두하는 여권 지지자들의 일방적인 태도도 온당하지 않다.

이들에게 피해자 입장을 배려하는 ‘성인지 감수성’은 먼 나라 얘기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남성우월 의식이 시정되지 않는 한 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앞으로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진영에 따라 성범죄의 옳고 그른 판단이 달라지는 풍토도 쇄신돼야 한다. 죽음 앞에선 잠시나마 싸움을 멈추던 최소한의 사회적 품격도 되살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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