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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 등 에너지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진하려면 우리의 낡은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조선전업으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전력(015760)의 전력산업 독점 체제와 이 체제를 통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이어지는 한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전이 송·배전 및 전력 판매 독점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발전 자회사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 80%가량을 책임진다. 나머지 20%는 SK E&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발전사업자가 생산하고 있다. 반면, 송·배전은 100%, 판매는 99%가 한전의 몫이다.
우리나라 전력거래 시스템은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생산해 전력거래소에 팔고, 거래소가 한전에 되파는 구조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전 세계에서도 드문 형태다. 30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처럼 전력시장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멕시코, 이스라엘 정도다.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도 2016년 10개 지역별 전력회사가 과점해 오던 전력 판매시장을 자유화했다. 현재는 500개 이상의 회사가 전기를 자유로이 판매한다.
이 체제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추진이 어렵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도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현행법상 유일하게 전기를 구입·판매할 수 있는 한전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제한 등 환경 규제를 받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중심으로 더 비싼 돈을 내고라도 친환경 전기를 쓰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송·배전 시스템은 구분이 불가능해 친환경 전기를 따로 살 방법이 없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전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현 구조에선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가 활성화하기 힘들고 제약 요인도 많다”며 “판매를 경쟁 체제로 전환해 기술 발전이란 외부환경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프로슈머란 직접 태양광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요금 시장 아닌 정부가 결정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작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력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 대부분 국가는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한전이 이사회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한 뒤, 정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승인받는 구조다. 결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란 비용 발생 요인을 배제한 채 ‘요금인상은 없다’고 못 박고 오히려 2016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해 환경단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추가 비용 없는 에너지 전환의 허구성을 문제 삼으며 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양쪽 모두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전기요금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사회·환경비용은 물론 원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