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아닌 전기세로 부르는 이유…전 국민이 동일 요금제

3년차 맞은 에너지 전환 정책 진단
<中-③>소비자 선택권 없는 전력상품
한전이 송·배전 및 전력 판매 독점..선택지 없는 동일요금
전기요금 시장 아닌 정부가 결정..요금인상 찬반 모두 불만
  • 등록 2020-01-07 오전 5:00:00

    수정 2020-01-07 오전 5:00:00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세종=김상윤 기자] 우리나라에서 전기요금은 흔히 ‘전기세’라고 부른다. 공공서비스에 지급하는 요금이 아닌 할당받은 세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유독 강하다. 모든 가정이 하나의 공기업(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전기를 동일한 요금제 아래서 쓰고 있는 탓이다. 본인에게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유럽이나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 등 에너지 부문에서 지속 가능한 혁신을 추진하려면 우리의 낡은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제강점기 조선전업으로부터 이어져 온 한국전력(015760)의 전력산업 독점 체제와 이 체제를 통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 이어지는 한 변화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전이 송·배전 및 전력 판매 독점

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을 포함한 6개 발전 자회사를 통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기 80%가량을 책임진다. 나머지 20%는 SK E&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발전사업자가 생산하고 있다. 반면, 송·배전은 100%, 판매는 99%가 한전의 몫이다.

우리나라 전력거래 시스템은 한전의 발전 자회사가 생산해 전력거래소에 팔고, 거래소가 한전에 되파는 구조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전 세계에서도 드문 형태다. 30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처럼 전력시장 독점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멕시코, 이스라엘 정도다.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일본도 2016년 10개 지역별 전력회사가 과점해 오던 전력 판매시장을 자유화했다. 현재는 500개 이상의 회사가 전기를 자유로이 판매한다.

우리도 1998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전력을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키로 하고 3년 후인 2001년 발전 부문을 현재의 6개 자회사로 분할하면서 일부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후 배전 부문의 분할을 비롯한 전력산업 구조개편 논의는 19년째 진전이 없다.

이 체제로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 추진이 어렵다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도 자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보다는 현행법상 유일하게 전기를 구입·판매할 수 있는 한전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제한 등 환경 규제를 받는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중심으로 더 비싼 돈을 내고라도 친환경 전기를 쓰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 송·배전 시스템은 구분이 불가능해 친환경 전기를 따로 살 방법이 없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전이 전력 판매를 독점하는 현 구조에선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가 활성화하기 힘들고 제약 요인도 많다”며 “판매를 경쟁 체제로 전환해 기술 발전이란 외부환경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프로슈머란 직접 태양광 등을 통해 전력을 생산해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전기요금 시장 아닌 정부가 결정

적정 가격을 책정하는 작업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전력시장에 경쟁 체제를 도입한 대부분 국가는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이 어느 정도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한전이 이사회에서 전기요금을 결정한 뒤, 정부 산하 전기위원회에서 승인받는 구조다. 결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이란 비용 발생 요인을 배제한 채 ‘요금인상은 없다’고 못 박고 오히려 2016년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주택용 누진제를 완화해 환경단체의 불만을 사고 있다. 에너지 전환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추가 비용 없는 에너지 전환의 허구성을 문제 삼으며 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양쪽 모두 이대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한전 중심의 국내 전력산업 체계의 개편이 당장 어렵다면 현 체제에서라도 한전이 요금제를 다양화해 고객 선택폭을 늘리고 친환경 전기를 살 수 있는 녹색요금제 도입에 나서는 등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전은 올 상반기 중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산업부에 제출할 예정인데 이런 내용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 전기요금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억제하고 있어 사회·환경비용은 물론 원가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에너지 전환과 소비효율 개선을 위해선 정부의 인위적 개입을 줄이고 수요-공급이 만나는 곳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 꼼짝 마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