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사람 이어폰이 당신을 훔쳐본다면?"…'상상초월' 몰카의 진화

변형카메라 진화 속도 빠르고 다양하게 진행
과거 USB·담뱃갑·넥타이핀 변형카메라 유행
스마트폰 사용에 이어폰·보조배터리형 나와
처벌 기준 강화 등 중요범죄 인식 개선 필요
  • 등록 2018-06-29 오전 6:30:00

    수정 2018-06-29 오후 12:09:31

서울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한 카메라 업체에서 몰래카메라(변형카메라)를 판매한다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조해영 기자] 겉으로 보기엔 흔히 볼 수 있는 이어폰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어폰 가운데 작은 렌즈가 숨어 있다. 귀에 끼고 있으면 왼쪽과 오른쪽 모두 촬영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충전을 위해 들고 다니는 보조 배터리. 충전 단자를 꽂는 자리에 바늘구멍 크기 렌즈가 달렸다. 렌즈가 단자 안에 박혀 있는 탓에 알고도 위치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일하는 A씨는 “크기와 성능을 갖춘 새로운 변형 카메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바로 옆에 있어도 촬영을 하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변형 카메라는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진화하고 있다.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던 ‘안경형’, ‘단추형’, ‘볼펜형’ 등은 구식이 된 지 오래다.

안경·볼펜형 변형카메라는 퇴물

과거에도 변형카메라의 종류는 적지 않았다. 경찰청이 2015년 9월 ‘적합성 평가 인증·등록’을 받지 않은 변형 카메라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24가지 종류의 변형카메라 1397개를 적발했다. 당시에 벽시계 눈금이나 유에스비(USB) 메모리·담뱃갑·넥타이핀·볼펜·자동차키형 등이 적발 대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불과 몇년 새 몰카 시장을 풍미하던 신종 변형 카메라들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듣는다.

한 판매업체 사장은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USB를 따로 들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안경형도 두꺼운 뿔테 모양이라서 쓰고 다니면 수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끄는 변형카메라는 어느 곳에 휴대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물건에 내장한 제품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90%를 넘어가면서 이어폰이나 보조배터리형이 인기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 일대에선 보조배터리형 변형카메라를 30만원에 살 수 있다.

변형 카메라 판매업체 사장 B씨는 “요즘은 보조배터리들 많이 들고 다니는 만큼 의심받지 않고 휴대할 수 있다”며 “촬영은 물론 실제 보조배터리로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사 판매하는 라이터·보조배터리·USB·자동차키형 변형카메라(사진=조해영 기자)


보조배터리형 인기…10만원 중반~60만원대까지 다양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해 인기몰이 중이지만 라이터형은 여전히 변형 카메라의 ‘스테디셀러’다. 담배와 함께 놔두면 의심받지 않고 몰래 촬영이 가능하다.

B씨는 “담배를 피우면 라이터형도 좋다”며 “담배와 같이 탁자 같은 데 올려놓으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거나 컴퓨터를 하는 이른바 ‘카공족’을 겨냥한 ‘마우스형’이나 인터넷 공유기형’ 변형 카메라도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에선 변형 카메라를 △볼펜형 △시계형 △라이터형 △차키형 등으로 분류해 판매한다. 최근 등장하기 시작한 보조배터리형은 ‘특수모형’ ‘특수카메라’라고 이름 붙여진 별도의 카테고리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수’ 명칭이 붙은 카테고리엔 보조배터리형 외에도 △아이폰케이스형 △단추형 △카드형 △무선공유기형 등이 있다.

한 쇼핑몰은 아이폰케이스형 변형카메라를 “케이스로 자연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조배터리로도 사용할 수 있고 FULL HD 촬영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게는 10만원대 중반부터 6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까지 다양하다. △액자형 △화재경보기형 △무선공유기형 등의 제품이 주로 고가다. 카드형과 라이터형 등 휴대에 적합한 제품들은 주로 20만~30만 원 선이다.

또 다른 변형카메라 판매점 직원은 “벽에 구멍을 뚫고 촬영하는 건 구식”이라며 “자연스럽게 위장해 촬영할 수 있는 옷걸이·액자형·벽스위치형 변형카메라까지 다양한 형태의 제품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은 “기술 발전을 쫓아가는 식의 규제로는 문제 해결이 힘들다. 불법촬영과 이를 유포하는 방식 또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근본적으로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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