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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한국거래소의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코스피·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는 각각 6조 1808억원, 2조 5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대형주인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의 공매도 잔고는 각각 5조 8328억원, 1조 5329억원으로 양대 시장 전체 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4.4%, 74.5%에 달했다.
공매도 잔고를 종목별로 살펴보면 코스피에선 셀트리온(068270)이 2조 1464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였고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3263억원), 삼성전자(2852억원), 현대차(005380)(2024억원), LG화학(051910)(1545억원) 등의 순이었다. 또 코스닥에선 에이치엘비(028300)가 313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가 2291억원으로 2위, 케이엠더블유(032500)(2177억원), 펄어비스(263750)(1399억원), 신라젠(215600)(78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종목의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씨티그룹, 크레디트 스위스 등 모두 외국계 투자은행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주는 공매도를 항상 달고 다니고 잔고도 많지만 허용한다고 해서 지수나 시장 전체에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공매도 잔고가 가장 많은 셀트리온은 추가적으로 공매도가 더 늘어날 수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셀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대형주 공매도 허용…‘기울어진 운동장’ 손볼 기회
전문가들은 오는 3월 이후 대형주에 대한 공매를 허용할 경우 공매도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추진해온 일본 방식을 본뜬 K-대주시스템을 공매도가 허용될 대형주부터 적용해 개인투자자도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당초 금융위는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컸던 사모펀드 사태를 거울삼아, 개인의 공매도 참여도 전문투자자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제도 개선을 주문하면서, 시스템 구축 일정을 앞당기는 쪽으로 선회하는 분위기다. 대주 참여 증권사도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SK증권 등 5곳에서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사를 포함해 추가로 더 늘릴 계획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부터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투자가 늘고 심지어 ‘곱버스’까지 돈이 몰리는 것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수요가 있다는 방증”이라며 “공매도 금지기간이 끝난 이후 대형주 공매도를 허용한다면 개인투자자에게도 그 기회를 확대해 상승·하락장에 모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