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묻지마 범죄’ 왜 자꾸 일어나는가

  • 등록 2019-04-18 오전 6:00:00

    수정 2019-04-18 오전 6:00:00

어제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또 ‘묻지마 범죄’가 일어났다. 40대 남자가 자기 집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끔찍한 사건이다. 범인이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흉기를 마구 휘두른 걸 보면 범행 목적이 방화보다는 살상에 있지 않았나 판단된다. 희생자들은 모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으로, 12세 여자 어린이와 70대 노인도 포함됐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대상으로 삼은 잔인한 행태에 소름이 끼친다.

우리 사회에서 ‘묻지마 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대구에서 23세 남성이 길거리에서 17살 학생의 뒷머리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힌 게 불과 보름 전의 일이다. 부산에서도 한 커피숍에서 20대 남성이 자리에 앉아 있던 여대생을 이유 없이 흉기로 찌른 사건이 있었다. 대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살인사건 가운데 이러한 우발적 범죄가 2015년 37.7%(401건), 2016년 38.8%(403건), 2017년 41.9%(438건)로 나타났다. 하루에 한 번꼴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이런 범죄가 자칫 대형 참사로 확대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게 더욱 우려스럽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신병에서 표출된 막연한 불만으로 일반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 휘발유를 뿌림으로써 무려 192명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사건이다. 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인 범죄라고 해도 사회에 미치는 충격과 손실을 감안하면 테러 사태나 다름없다. 우발적 충동에 의해 저질러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리 대처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심각하다.

사회 소외층일수록 이런 충동을 느끼기 쉽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경제적으로 벼랑에 내몰리고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게 된다. 가족·친구들과도 떨어져 외톨이로 지내면서 좌절과 분노가 쌓이게 되고, 결과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증오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소외된 이웃에 대한 배려와 함께 조현병 증세자에 대해서는 범죄예방 차원에서 평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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