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줄어든 제약업…사상 최고실적 속출

상위 제약사 3Q 실적 사상 최대
유한양행, 3Q 누적 벌써 1조 돌파
자체 개발 개량 신약 시장서 좋은 평가
시장 확대 대부분 국내사 몫으로
  • 등록 2017-11-16 오전 6:05:00

    수정 2017-11-16 오전 7:29:27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속적 약가인하, 글로벌 대비 뒤떨어진 경쟁력, 내수 위주 협소한 시장 등 안팎의 어려움에도 국내 제약사들이 최고 실적을 견인하게 된 데는 연구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제약업계는 복제약에 의존한 불법 리베이트로는 성장은 커녕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10여년간 성공가능성이 높은 개량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이런 장기간 연구개발이 빛을 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시행된 김영란법으로 판매관리비가 대폭 줄어들면서 수익성이 개선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유한 3Q 누적 매출 사상 처음 1조 돌파

2014년 국내 제약사 중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던 유한양행은 올해에는 3분기에 벌써 누적 매출 1조796억원을 기록해 제약사 최초로 3분기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유한양행(000100)은 외국계 도입약 비중이 높고 연구개발 투자에 인색하다는 지적을 항상 받아 왔다. 유한양행은 뒤떨어진 연구개발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개량신약에 집중하면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고지혈증복합제 로수바미브와 고혈압·고지혈증복합제 듀오웰은 올해 3분기 누적 153억원과 1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체 매출액 대비 1%대에 불과하지만 전년 대비 각각 253.2%와 32.8% 성장한 수치이다. 또 강점으로 꼽히는 원료의약품 수출이 올해에 벌써 2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외국계 제약사 대리점’ 오명을 벗기 위해 체질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누적 매출 9616억원으로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고 있는 녹십자(006280)는 주력사업인 독감백신과 혈액제제 부문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녹십자의 백신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고, 혈액제제 부문은 면역글로불린 수출 호조로 해외 매출이 10%나 늘었다. 녹십자는 2009년 독감백신 국산화 직후부터 WHO(세계보건기구) 입찰자격 확보에 공을 들여 2010년부터 국제기구에 독감백신을 공급하고 있다. 녹십자의 올해 독감백신 국제기구 수출액은 1000억원 규모로 지난 5년 새 5배나 늘었다.

◇리베이트 근절로 판관비 축소…영업이익 개선 효과

눈여겨 볼 대목은 판매관리비의 감소나 비중 축소이다. 과거 병원이나 약국에 살포되던 ‘리베이트’가 바로 판매관리비 항목이었다. 5대 제약사의 판매관리비 분석결과 유한양행을 제외하고 모두 판매관리비가 줄어들거나 매출 대비 비중이 축소됐다. 녹십자는 올해 3분기 누적 판매관리비가 1971억원으로 전년 동기(1964억원)보다 액수는 늘어났지만 매출 대비 비중은 22.4%에서 20.5%로 줄어들었다. 한미약품도 지난해 2405억원에서 올해 2045억원으로 판매관리비가 360억원 줄었다. 줄어든 판매관리비는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돌아왔다. 녹십자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02억원으로 전년 동기(695억원)보다 30%, 한미약품도 427억원에서 807억원으로 90% 가까이 각각 증가했다. 대웅제약도 판매관리비를 엄격히 통제한 덕에 매출이 12% 늘어나는 동안 영업이익은 85%나 증가했다. 녹십자 관계자는 “판매관리비는 매출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늘어나지만 그 이후에는 일정 비율로 유지된다”며 “김영란법 시행과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판매관리비 비중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개량복합신약과 복제약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자체 개발 제품의 매출 비중이 71.5%로 다른 회사의 약을 파는 ‘상품’ 매출은 17.8%에 불과한 게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리베이트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평가한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리베이트에 의존했다면 갑자기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겠지만 대다수 제약사가 지속적이고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리베이트도 결국 ‘비용’이라 이익에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평판에 악영향만 끼친다는 것을 누구보다 제약사들이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신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만든 약으로 승부를 하려는 분위기가 자리잡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특히 개발이 비교적 쉬운 개량신약에 연구개발을 집중한 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환자나 정부 입장에서 의료비가 절감되고 복용편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 가격은 지속적인 약가인하와 극심한 경쟁으로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키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업계가 체질개선을 했다는 방증은 또 있다. 의약품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시장은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만성적인 적자 시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액은 2007년 9554억원에서 지난해 3조6209억원으로 10년새 3.8배 늘어났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국산 의약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인정받으면서 국산 의약품 수출이 증가한 것도 제약사들의 매출 증대에 기여한 부분”이라며 “결국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제약업계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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