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재건축 2년 거주의무'…세입자는 어찌하리오

  • 등록 2020-06-19 오전 6:00:00

    수정 2020-06-19 오전 6:00:00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사진=정두리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재건축아파트 조합원들이 비상에 걸렸다. 정부가 조합원도 2년간 실거주해야 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6·17 대책을 통해 못박았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사실상 투자목적으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거주를 하라니, 조합원들 입장에선 청천벽력인 셈이다.

비상이 걸린 것은 조합원뿐이 아니다. 세입자도 마찬가지다.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하면 세입자는 계약기간과 상관없이 꼼짝 없이 집을 비워야 한다. 전월셋값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 강남권에 있다해도 재건축 아파트는 낡고 오래돼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저렴하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용 84㎡짜리 전세가는 몇 해 동안 5억원 중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 같은 평형의 주변 신축 아파트 전셋값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그러나 집주인들이 들어오면 자연히 매물이 부족해 전월세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강남권 재건축 세입자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이주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이사를 하더라도 가급적 인근 지역으로 옮긴다. 결국 전세매물 부족과 가격 부담에, 이들은 아파트보다 시세가 낮은 주변 다가구 및 다세대주택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연쇄적으로 저가 주택의 전월세 가격을 끌어 올려 그곳에 사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1번째 대책으로 두 달에 한번씩 부동산 대책을 꺼내 든 셈이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강도가 조금씩 세지면서 이번 대책도 역대 최고의 고강도 규제로 꼽힌다.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그만큼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을 안정화 시키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규제가 또 다른 규제를 부르는 구조다보니,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켜 집값을 더 오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정부가 세수확대를 위해 일부러 집값을 올린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6·17대책에서도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는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띈다. 특히 재건축 투기수요를 막겠다는 생각만으로 내놓은 ‘조합원 2년 의무 거주’ 방침은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 또 다시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대책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르면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의 카드를 꺼낼 게 뻔하다.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하기 마련이다. 여러 상황을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고, 일부 투기만을 잡겠다며 방대한 규제대책을 발표한 정부의 성급함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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