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수' 유진, 윤정완이 되기까지..'꼼수를 모르는 연기 정공법'

  • 등록 2014-02-10 오전 10:39:17

    수정 2014-02-10 오전 10:39:17

‘우리들이 사랑할 수 있을까’ 유진.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서른 아홉 여자의 인생은 스물 아홉, 열 아홉의 인생과는 다르다. ‘대학교 로망’에 부풀며 입시 문제와 싸우는 열 아홉 인생은 서른 아홉 여자가 보기에 참 단순한 삶이다. 시댁, 친정, 아이, 남편, 일, 가사, 모든 환경과 비교했을 때 서른 아홉엔 참 변수가 많다. 결혼과 일, 보다 큰 사회에서 자신의 입지를 돌아봐야 하는 스물 아홉의 인생은 어땠을까. 그때를 돌아보면 갖은 스트레스에 머리가 아파질지 몰라도 탄력을 잃은 몸매와 함께 떨어진 여자로서의 매력을 생각하면 1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고 싶어질 거다.

‘우사수’ 윤정완을 연기하는 유진.
배우 유진이 연기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 월화 미니시리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의 윤정완 인생도 비슷하다. 술에 취해 택시로 오해한 차에 무작정 올라 “20년 전으로 가 주세요”라며 풋풋했던 때를 그리워한다. 윤정완은 극중 시나리오 작가다.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갔다. 결혼 후 아이를 가졌고, 아이를 낳았다. 결혼 10년 차, 남편과 이혼했다. 인생의 풍파를 겪으며 일과 멀어졌다. 그를 찾는 관계자들이 적어졌고 작가로서 감은 떨어졌다. 서른 아홉, 마흔을 앞둔 그를 찾은 건 능구렁이 같은 ‘늙은 갑(甲)’ 들이었다. 몸이 느낄 외로움을 공략했다. 잊고 있었던 여자로서의 삶이 수치심으로 자극되는 삶은 너무 굴욕적이다.

20대 있는 집안의 딸과 재혼하는 전 남편, 신용대출에 속아 집을 날린 철 없는 엄마. 정완의 가족은 그의 오롯한 삶을 방해하는 인물들이다. 함께 걸어야 하는 길에 장애물을 놓는 존재다. 그의 유일한 희망인 아들도 요즘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세상에 다시 없을 인연, 오경수(엄태웅 분)를 밀어내려는 아들.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해 경수가 노력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을 안도(?)하게 만들지만, 아들의 말에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는 정완의 모습은 안쓰럽다.

‘우사수’ 윤정완과 아들.
정완을 연기하는 유진은 배우를 넘어 한 여자로서 캐릭터에 이입돼 있는 듯 보인다. 유진의 실제 나이는 윤정완 보다 어리다. 삶의 무게를 표현해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포스터 공개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뽀글 머리’는 손질을 따로 하지 않은 듯 자연스럽다. 옷차림도 화려하지 않다. 모노톤의 외투와 검정 스타킹, 청바지, 레깅스 등의 의상을 매치한다. 들고다니는 가방도 정해져있다. 즐겨입는 니트나 셔츠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볼 법한 디자인이다. 골드미스로 화려한 삶을 즐기는 친구 선미(김유미 분)나 부잣집에 시집가 돈 걱정 없이 사는 지현(최정윤 분)과 비교하면 그 소박함이 배가된다.

스타일링도 연기의 일부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여배우들이 종종 의상 협찬과 메이크업 등 스타일 완성 과정에서 실수를 범해 시청자들의 눈초리를 받은 적이 있다.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가 “돈 없는 애는 비싼 옷도 못 입어?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많이 뛰는데 그 정도는 사입을 수 있는 거 아냐?”라고 반박하는 건 그저 우스갯소리일 뿐. 심야엔 마트에서, 낮엔 작가로 몸이 부서저라 일해도 개인회생 신청으로 겨우 찾은 집의 빚을 갚고, 허리 아픈 엄마의 병원비까지 내고, 아이의 학비까지 벌어야 하는 정완의 인생에 ‘스타일링’이란 사치다. 이런 면에서 보여지기 위한 연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연기를 이끌어내고 있는 유진의 내공은 높이 살 만하다.

‘우사수’ 윤정완은 아들 앞에서 쩔쩔 매는 엄마이지만, 남자 앞에서 좋아 어쩔 줄 몰라할 줄 아는 여자이기도 하다.
시청자들의 윤정완에 대한 몰입도는 상당하다. 오경수라는 ‘백마 탄 왕자’ 혹은 ‘뽀빠이’가 돼 주고 있는 남자와 잘 되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다. 전 남편의 ‘정완으로의 회귀’가 요즘 핫(hot)한 이슈이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경수를 통해 비로소 실현할 수 있게 된 ‘윤정완만을 위한 인생’을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이다.

드라마의 한 관계자는 “유진의 캐릭터 소화 능력은 굉장히 뛰어나다”며 “섬세한 부분까지 표현해주는 노력에 모두들 감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캐릭터에 이입된 배우의 모습 덕에 시청자들도 윤정완에 갖는 애착이 커지고 있다”며 “아들과 남자친구, 전 남편 이 세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윤정완의 모습을 통해 39세 여성의 고되지만 짜릿한 인생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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