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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클래식 음반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조성진(21)의 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이란 낭보를 타고 임동혁(31), 김선욱(27), 윤홍천(33) 등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의 음반과 공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래식계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피아노음악이 르네상스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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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욱은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도이치카머필하모니와 협연하고, 내년 7월부터 솔로 음반 발매 기념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임동혁은 내년 1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피아노독주회를, 조성진 역시 2월 2일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로 관객을 만난다. 윤홍천은 2013년 11월 시작한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전곡’ 녹음을 2017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윤홍천은 모차르트, 임동혁은 쇼팽, 김선욱은 베토벤의 연주앨범을 3~5년에 걸쳐 시리즈로 내놓고 있는데 음반판매도 호조”라며 “이들을 앞세워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페셜리티(전문성)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아노 치는 남자’를 향한 로망을 건드린 이들의 앨범부터 살펴봤다.
건반 위 건축가 김선욱의 ‘베토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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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은 “연주자마다 손모양, 무게, 크기가 다 다르다. 내가 가진 고유한 소리를 잘 다듬어서 어떻게 배출하느냐가 중요하다. 철골을 깔고 순서가 있고 끝까지 세공한다는 점에서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베토벤소나타 32곡 전곡 중 가장 좋아하는 21번 ‘발트슈타인’과 29번 ‘하머 클라비어’ 2곡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후회하지 않는 녹음을 위해 피아노 선택부터 스태프와 장소 등에 공을 들였다. “5~6번씩 반복 연주해 가장 좋았던 걸 택했다. 스스로 설득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음악가의 길은 멀고도 길다. 절대 정답이 없다.”
박 평론가는 “김선욱은 피아노음악의 해석가라고 할 수 있다. 서양기준의 정신세계를 자신의 관점으로 읽어내 새로운 느낌의 비전을 내놓는다. 구조적으로 재해석해 베토벤이란 성을 쌓아가는 건축가”라고 평했다.
독일 본토서 인정한 윤홍천의 ‘모차르트’
드라마틱 연주, 무인도 가져갈 음반 ‘찬사’
“무인도에 가지고 가야 할 단 하나의 음반이 있다면 이것!”(독일 ‘포노포럼’). “마치 모차르트가 살아나 피아노 앞에 앉은 것 같다”(독일 ‘라디오 브레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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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 스톰프뮤직은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쳐 5장의 앨범을 내놓는다. 지난달까지 3장이 나왔다. 4번째 앨범은 내년 4월 녹음해 가을 발매한다. 2017년 가을까진 시리즈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유럽의 유명 월간지, 라디오방송 등에서 극찬한 첫 앨범은 최근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도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동양 피아니스트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 드라마틱한 그의 연주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발매한 두 번째 음반 역시 모차르트의 다양한 감정과 인간적 색깔을 풍부한 색채감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피아노소나타 2번(KV 280), 9번(KV 311), 12번(KV 332), 15번(KV 545)을 수록했다.
쇼팽, 같은 곡 다른 느낌 ‘임동혁 vs 조성진’
임 내공 안 큰 울림·조, 노련함 ‘클맹’도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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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혁이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여운을 가졌다면 조성진은 콩쿠르 실황 연주음반인 만큼 절제된 음색과 긴장감을 그대로 담았다. 단단한 소리, 감정에서 나오는 파워가 긴장이 풀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자연스레 표현된다고 평론가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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