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100% 직매입으로 짝퉁 차단…오케이몰은 신뢰를 팔죠"

이커머스 만성 적자 속 나홀로 성장…오케이몰 장성덕 대표
자본금 3700만원으로 1800억원대 매출 일궈
중개업은 품질 보장 어려워 직매입…마케팅 대신 실시간 매출·영업익 공개
"이커머스업계, 출혈 경쟁 이전에 믿을만한 회사 돼야"
  • 등록 2020-04-08 오전 5:45:00

    수정 2020-04-08 오전 5:45:00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100% 사입 방식으로 매년 영업실적을 개선하는 업체가 있다. 아웃도어 의류 전문 쇼핑몰로 시작해 종합 패션몰로 거듭난 ‘오케이몰’이 그 주인공이다. 20년간 일절 외부 투자 없이 이 같은 성과를 일궈낸 장성덕 오케이몰 대표를 만나 고공행진의 비결과 이커머스 업계가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장성덕 오케이몰 대표는 적자가 만연한 전자상거래업계에서 100% 직매입 방식을 선택해 매년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하며 온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춘 점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사진=오케이몰 제공)
7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거래액 기준 1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110조원 수준이던 2018년 대비 20% 증가한 셈이다.

이커머스 시장은 2015년 이후 연평균 23% 고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지 않다. 거래액 증가 등 외형은 커졌지만,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곤 만성 적자의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계 대표주자인 쿠팡은 지난 2018년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 2014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인정받고 꾸준히 외부 수혈을 받고 있지만, 출혈경쟁에 좀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렇듯 업계 냉혹한 영업환경 속에서도 오케이몰은 매년 매출과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15년 연속 흑자를 기록해왔다. 지난해 매출은 1811억원, 영업이익은 9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9%, 23% 성장했다.

3700만원으로 시작해 외부투자 없이 매출 1800억원

오케이몰은 장성덕 대표가 삼성물산에 재직하던 지난 1999년 돌연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쇼핑몰을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유년기와 학창시절 틈만 나면 산에 올랐던 장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인터넷 붐이 일 때 등산정보 사이트를 기획했다.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아는 대학생 2명을 섭외해 16.5㎡(5평) 남짓한 허름한 사무실에서 나온 결과물이 오케이몰의 시초인 ‘오케이마운틴닷컴’이다.

단순 정보 사이트로 수익을 내기 힘들었던 장 대표는 인터넷 쇼핑몰을 구상했고, 오케이마운틴닷컴에 이어 그해 9월 아웃도어 의류 쇼핑몰인 ‘오케이아웃도어닷컴’을 오픈했다.

장 대표는 외부에서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수중에 있던 37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업을 이어가면서 장 대표가 선택한 무기는 ‘100% 직매입 방식’이다.

오케이몰 최근 3년간 영업성과(표=이데일리 김다은)
G마켓이나 옥션 등의 경우 상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통신판매중개업의 성격이 짙다. 반면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은 판매하려는 물건을 직접 구매한 뒤 이를 다시 소비자에게 되파는 통신판매업이다. 다만 쿠팡에서 파는 모든 물건이 직매입 상품은 아니다. 직매입의 경우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재고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100% 직매입 방식을 선택하면서 그로 인한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각오로 쇼핑몰을 운영했다”며 “재고와 판매 책임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나가며 직매입의 장점만을 취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오케이몰은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 모든 상품에 바코드를 부착했다. 시스템을 만들고 보니 당초 목적에 더해 주문 포장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소비자가 오후 6시30분까지 결제를 완료하면 당일 발송·반품·맞교환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판매 과정의 문제점을 없애다 보니, 최저가 보상제와 가품 보상제 등을 자신 있게 시행할 수 있었다. 창립 이후 현재까지 가품은 단 한 개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러한 점이 입소문을 타며 회원수는 자연스럽게 늘었다. 올해 3월 오케이몰의 회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이중 최우수 회원인 1등급 회원은 47% 늘었다.

광고·마케팅 출혈 경쟁 대신 소비자 신뢰 선택

오케이몰이 별도의 마케팅 활동 대신 선택한 것은 매출 공개다. 오케이몰은 상장사가 아님에도 2017년부터 실시간 매출과 영업이익을 공개하고 있다. 업계에서 유일하다.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매출은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뿐만 아니라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했다.

오케이몰은 또 트렌드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종합 패션 쇼핑몰로 전환했다. 아웃도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내린 결단이었다. 직원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장 대표의 선택은 옳았다. 종합쇼핑몰로 전환한 이후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2015년에는 매출이 잘 나오던 동대문 직영점을 포함한 오케이아웃도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종합 패션 쇼핑몰로 도약하는 데 있어 아웃도어 용품만을 취급하는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는 것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케이몰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있는 영업 성과.(자료=오케이몰 캡처)
장 대표는 출혈경쟁이 과도한 이커머스 업계에서 최저가 정책을 유지하는 오케이몰이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판매관리비 절감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18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물류센터 규모는 매출액이 600억원 수준일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며 “팔릴만한 상품을 제대로 가려내고 보다 좋은 조건에 납품할 거래처를 발굴, 창고 물품의 회전율을 높인 영향이 크다. 여기에 광고비를 최소화해 최저가 판매 전략을 고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끝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거래액 성장이 예상되는 이커머스 업계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대면의 특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하고 온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이커머스 업계의 전체적인 노력이 동반돼야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오프라인 이상으로 편리하고 믿을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1967년생 △1997년 삼성물산 입사 △2000년 오케이아웃도어 설립 △2014년 오케이아웃도어닷컴 대표 △2014~현재 오케이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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