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솔직히 쓰나미랑 어떻게 싸우겠어요?"

  • 등록 2009-08-03 오후 6:28:46

    수정 2009-08-03 오후 7:41:20

▲ 하지원(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윤제균 감독의 신작 ‘해운대’의 시놉시스는 간단하다. 피서 인파 100만 명이 몰려있는 부산 해운대에 대형 쓰나미가 덮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한다는 것이다.

윤 감독은 영화의 무게 중심을 할리우드 재난영화처럼 물량공세를 통한 자연재해의 생생한 재현에 놓지 않았다. 대신 윤 감독은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 선 인물들의 사연들로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볼거리에 치중한 재난영화가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한국형 재난영화 ‘해운대’는 그렇게 시작했다.

사실 여자주인공 강연희를 맡은 하지원은 ‘해운대’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실망’ 했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재난영화라는 말을 들었기에 할리우드 재난영화처럼 재난에 맞서 싸우는 여전사 캐릭터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윤 감독님이 해운대에 쓰나미가 온다는 내용이라며 시나리오를 건네 주셨습니다. ‘그럼 내가 쓰나미랑 맞서 사람들을 구하는 여전사겠구나’ 했죠. 그런데 웬걸요. 무허가 횟집 주인에 자기마음 몰라주는 남자 때문에 속상해하는 여린 인물이더라구요.”

하지원은 ‘여전사’ 캐릭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일찍이 MBC 드라마 ‘다모’를 통해 액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와이어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황진이’를 연기할 때는 외줄타기를 시도했고 복싱선수로 출연한 ‘1번가의 기적’을 통해 복싱의 기본을 몸에 익혔다.

하지만 윤 감독이 ‘해운대’에서 하지원에게 요구한 캐릭터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속내를 밝히지 못하고 애만 태우는 부산 아가씨 연희였다. 게다가 평생 해보지 않은 부산 사투리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하는 역할이었다.

“막상 연기를 해보니 차라리 액션 영화가 쉽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건 제 상대역인 만석이를 연기한 경구 선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부산 사투리의 미묘한 억양 차이를 살리는 것이 무척 어렵더라구요.”

사투리 외에 하지원을 난감하게 만들었던 것은 무허가 횟집을 운영하는 연희의 일상적인 연기였다. 손님에게 물을 가져다주고, 앞치마를 두르고 상을 치우는 장면 등이 어색하게 보일까 마음을 졸였다는 것. 그동안 극적인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다보니 정작 일상생활의 사소한 동작과 표정을 세세하게 연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 하지원(사진=한대욱 기자)


“차라리 칼을 휘두르고 싸우는 역할이면 쉬었을 지도 모릅니다. 윤 감독님이 횟집 주인인데 횟집 손님처럼 보인다며 여러 번 지적하셨습니다. 허름한 횟집의 억척스럽고 젊은 ‘아지매’처럼 보였어야 하는데 처음에는 그렇지 못했던 거죠.”

그래도 촬영현장은 윤 감독을 비롯해 설경구 이민기 김인권 강예빈 등 배우들의 활력으로 늘 생기가 넘쳤다. 특히 술을 좋아하는 윤 감독과 설경구 이민기 덕에 촬영이 마무리 되면 촬영장 한 구석은 실제 무허가 횟집 마냥 술자리가 벌어졌다. 그런 덕에 촬영장은 늘 감독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들썩 거렸다.

하지원은 그 에너지가 촬영 막바지에 가도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에 배우로서 행복했고 편안했다고 덧붙였다. 그 행복과 편안함 때문에 윤 감독과 세 번이나 영화를, 그리고 앞으로도 같이 영화를 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만약 하지원이 애초 자신의 예상처럼 ‘해운대’에서 대형 쓰나미에 맞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여전사 캐릭터로 나오면 어땠을까? 궁금했다. 하지원이 애초에 상상했던 ‘해운대’의 캐릭터 말이다.

하지원의 대답은 예상을 빗나갔다. “솔직히 쓰나미랑 어떻게 싸우겠어요? 그냥 다 죽을 텐데요. 그런데 그 극한 상황 속에서 서로 하고 싶은 말도, 또 보고 싶은 사람이 있겠죠. 그런 부분이 ‘해운대’에는 많이 묻어있고 그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느낌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분들은 그 부분에 또 많이 공감 하실테구요.”

하지원의 말처럼 ‘해운대'와 맞붙은 개봉작들이 '쓰나미'의 흥행 위력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가 지난 7월22일 개봉 후 12일 만에 455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다른 작품들의 흥행은 '해운대'에 밀려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더불어 하지원은 ‘해운대’를 통해 ‘색즉시공’(2002년, 408만),‘1번가의 기적’(2007년, 240만)의 기록을 합쳐 윤 감독의 작품만으로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여배우가 됐다.

▲ 하지원(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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