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①]1등만 기억하는 세상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

  • 등록 2016-04-24 오후 2:43:29

    수정 2016-04-24 오후 2:43:29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대회에 나가면 ‘4등’만 하는 열두 살 수영 꿈나무 준호가 있다. 재능은 있는데 늘 4등이다. 아들의 미래가 걱정인 엄마는 복장이 터진다. 닦달도 더 이상 통하지 않자 엄마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괴짜 코치 광수를 준호에 붙인다. 광수의 살벌한 훈련이 시작되고 준호의 몸은 시퍼런 멍으로 채워진다. 엄마는 준호의 멍 투성인 몸에 눈을 감는다. 이후 치러진 대회에서 준호는 난생 처음 은메달을 획득하고 만년 4등 탈출에 준호 네는 오랜만에 파티 분위기다. 온 가족이 준우의 은메달을 축하하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맞고 하니까 잘한 거야? 예전에는 안 맞아서 4등 했던 거야?”라는 동생의 한 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4등’은 두 가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스포츠 인권을 통해서 일상에 깊게 스며든 폭력과 순위로 행복을 따지는 서열주의, 결과주의에 대해서 말한다. “잡아주고 때려주는 선생이 진짜다. 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광수) “난 준호 맞는 것보다 4등 하는 게 더 무서워.”(엄마) 인물들의 대사는 일상에서 폭력이 어떻게 묵인되는지 보여준다. 국가대표 감독의 체벌을 못 견뎌서 언론에 폭로한 광수는 준호를 때리고, “내가 맞아서라도 1등 하면 좋겠어”라며 엄마에게 반항하던 준호는 자신의 수영복을 몰래 입은 동생에게 화가 나서 체벌을 가한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폭력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영화는 날카롭게 포착한다.

‘4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과거의 광수가 국가대표 감독의 폭력을 고발할 때 기자인 준호 아빠는 (광수가) 맞을 짓을 했을 거라고 말한다. 세상에 맞을 짓이라는 게 어디 있나. 가해자들이 폭력을 정당화하려는 변명일 뿐이다. 폭력이 준호처럼 순간적으로 각성(능력)의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능력이 지속되지도 않을뿐더러 그런 능력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일방적인 가해자도 일방적인 피해자도 없다”고 말한다.

한국사회에서 ‘4등’은 인정받지 못 한다. 차라리 꼴찌면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는데 눈앞에서 메달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열등감과 패배감이 배로 크다. 정지우 감독이 2등 3등도 아닌 4등에 주목한 이유다. 그는 “촬영을 진행한 수영장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연습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다른 시간대에 아주머니들이 아쿠아빅(체조)을 한다. 같은 수영장인데 레인만 걷어내면 놀이의 장으로 딴 세상이 되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4등을 네 번째 위너라고 부른다. 우리가 사회를 통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사회의 레인을 걷어서 조금 더 행복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4등’은 ‘해피 엔드’ ‘사랑니’ ‘은교’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이 2006년 옴니버스 영화 ‘다섯 개의 시선-배낭을 멘 소년’ 이후에 두 번째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손을 잡고 완성한 프로젝트다. ‘4등’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영화 12번째 프로젝트로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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